퇴근시간이 다가오고 시간이 되면 컴퓨터를 끈다. 업무가 끝나고 퇴근을 함으로써 나의 또 따른 삶이 시작된다. 또 다른 삶은 그림을 그리는 일이다. 직장을 다니고 있기 때문에 그림을 그리는 일이 부캐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림 그리는 활동이 나의 본캐이며, 직장은 본캐를 위한 돈벌이인 것이다. 그렇다고 직장일을 대충 하는 것은 아니다. 성실하게 열심히 나의 업무를 하고 있다.
아티스트의 비애중 하나는 항상 배고픔이다.
본능적인 배고픔과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배고픔이다. 본능적인 배고픔은 직장 생활을 하면서 충분히 배를 채울 수 있지만, 그림 작업만큼은 항상 배고픔이다. 소재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으면 작업을 할 수가 없고 그 고민의 시간만큼 주어진 시간이 그냥 흘러가는 것이다. 고민의 시간도 작업의 일부라고 생각하지만 마음이 조급해지면 그 고민의 시간마저도 아깝게 느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나의 일을 주저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어떤 일이든 힘들지 않은 일은 없기 때문이며 그것을 이겨내는 것 또한 내 일이기 때문이다.
돈벌이도 안 되는 그림을 왜 그리고 있냐고 주위에서 한 마디씩 하지만,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그림을 시작한 것이 아니다. 나의 최종 꿈은 아티스트였으며, 아티스트가 되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어 공부했고 여기까지 온 것이다. 또한, 그림을 통해 살아가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림 공부를 하면서 아트 히스토리, 미술사조, 철학, 문학, 사회, 비평 등 다양하게 배워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들이 나의 머리와 마음을 살찌우게 하고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발판이 되어 주었다. 그리하여 직장인보다는 아티스트이며 나의 본모습이기도 하다.
서로 다른 두 가지의 일을 하며 살아가는 것도 꽤 괜찮은 방법이다. 이런 삶을 내 주위 사람들에게 시도해 보라고 말하고 싶다. 섣불리 생각하지 말고 천천히... 즐기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