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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비스 Jul 26. 2023

퀴어가 되기로 결심한 것은.

#커밍아웃

BGM - Amazarashi  『僕が死のうと思ったのは』

내가 죽으려고 생각한 (이지만, 난 결심한 으로 번역하고 싶다) 것은

https://youtu.be/_hcvGjy2v18 


Queer, Gay, Lesbian
본문에서는 구분 없이 성소수자라는 의미로 사용하겠습니다. 어느 집단 상담 모임에서 자신을 '시스젠더, 레즈비언'이라고 소개하려다가 이게 S전자, 박과장이랑 뭐가 다른 레이블링이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지금 있는 곳에서는 I'm gay.라고 자연스럽게 말하고 있으니 아무튼 생물학적 질서에 따라 동성에게(도)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라는 단어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어요.


단풍국 신규 캐릭터 생성 유저를 위한 LINC(Language Instruction for Newcomers to Canada)라는 영어교육이 있다.


우연히 지인이 듣는 교재를 들여다보다 발견한 가족법 첫 번째 문장을 보며 울컥한다.

Same-sex marriage is legal.

별게 다 울컥하게 하는데, 또 그게 그만큼 중요하다.


illegal 아님


내가 퀴어가 되기로 결심한 건,

"되기로 했다" 기 보다는 "어느 날 퀴어가 되어있었다."라고 해야 정확하다.


모처럼 동성혼 합법이 일찌감치 이뤄진 나라에 살고 있으니

"I'm gay"'를 마음껏 외치는 자유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다고 연애를 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


커밍아웃.

더 유명해지면 하려고 했다. 조촐한 성취들이지만 그마저도 손에서 빠져나갈까 노심초사하며

게이인데 게이 아닌 게이 같은 나로 살던 시간들. 팀쿡처럼 멋있게 최정상에서 "이것이 나의 벽돌! 음하하하!" 외치고 싶었는데 더 대단해질 일은 없을 것 같다. 이제는 막살기로 더 열심히 안 살기로 했으니 그건 당연할 것이다.


벽돌은 뭐냐면, 그의 커밍아웃 글에서 이런 멋진 말을 했고 언젠가 나도 내 몫의 벽돌을 새겨 넣어야겠다. 쾅쾅쾅! 결심했던 것입니다.


We pave the sunlit path toward justice together, brick by brick. This is my brick.

우리는 정의를 향한 길을 벽돌로 만들고 있고, 이것이 나의 벽돌입니다.


Thanks, Tim. 마케팅적인 목적이든, PR이든, 홍보든 뭐든 감사합니다. 이미 많이 벌고 계실 테니 건강하시길 바라요.



몇 안 되는 알만한 지인들은 다 아는데 굳이 글을 쓰는 이유는 역시나 게을러서.

새로 연결되는 사람들이

'언제부터 알게 된 거야?'

'어떻게 알게 됐어?'

'그쪽 삶은 좀 어때?'라는 질문에 50번쯤 같은 레퍼토리로 답하는 건 꽤나 AI가 된 기분이다.


다음번 커밍아웃부터는 (한국인 한정) 브런치 글 링크를 보내줘야겠다는 결심으로

저의 벽돌까지는 아니고, 조약돌을 새겨 넣어 봅니다.


(생물학적) 여성을 더 좋아한다는-여성에게 더 두근두근 ドキドキ- 한다는 걸 깨달은 건 10, 11살 때의 일.


인간은 자신이 인지할 수 있는 범주 안에서 상상하고 사고할 수 있기 때문에 < 거창한 시작

그때 그건 마치 아주 진한 우정 같은 거였다. < 그러니까 몰랐다는 소리


미디어에 나오는 좋아 보이는 것을 -그러니까 데이트- 반에서 가장 예쁜 그 친구와 해보고 싶다거나,

혹은 그 예쁜 애가 나와 가장 친하게 지냈으면 하는 바람. 

독점적, 배타적인 감정은 깊은 우정으로 포장되기에 아주 적절했다.


흑염룡이 날뛰는 시기가 오게 되고 우연히 접하게 된 그 단어.


ㄹㅈ


단 두 글자를 보고 마침내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아! 내가 이거였구나! 난 ㄹㅈ였어!"


명쾌한 깨달음 이면엔 흑역사와 이불킥을 잔뜩 할 중2병스러운 기억도 많았겠으나,

지극히 목표지향형이었던 청소년 퀴어는 새로운 결심을 하게 된다.


"내가 엄청 잘 나가서, 퀴어인 게 아무런 문제가 없게 잘 살자!"


인간은 자신이 인지할 수 있는 범주 안에서 상상하고 사고할 수 있기 때문에

나름대로의 성취를 바탕으로 가족을 이루고

입양이든, 수정관이든 자녀도 낳고

주말엔 북미 쇼핑몰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삶을 살아야겠다.

결심을 한건 20년 전의 나.


아마 그때부터 주문처럼 외웠던 말 "캐나다에 가서,... "


인생이 재미있는 건 이런 것 때문이다.


나름대로의 성취, 는 모르겠고

누구보다 나를 의지하는 포유류 1종과 동거하는 가족을 이뤘고

주중에 북미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삶을 살고 있다.


개로 30 중반에 들어섰지만 여전히 자녀는 요원한데 아이를 낳는 모든 분들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이새쿠는 진짜 cat tree를 타고 날로 건강해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여미새였던 청소년은 아주 많은 실수와, 드라마와, 사랑을 하다 "역시 혼자가 최고였어!"라는 깨달음에 도달한 상태. 역시 오래 살고 볼일이다. 그렇게 외로움에 몸부림치던 사람이 어떻게든 혼자 있으려고 노력하고 있는 모습이 낯설다가도 익숙하다.


인생의 점은 아주 엉뚱한데 찍힌 것 같다가도 또 어느새 연결되어 있는 걸 보면 삶의 무게는 헤테로(이성애자)에게도 퀴어에게도 동등한 고통, 때때로의 기쁨 인가보다.


Happy My First Pride month in B.C.



엄마 미안. 엄만 절대 이해 못 하겠지만, 난 여전히 변함없는 당신의 자랑스러운 사랑스러운 딸이니 암벽을 오르던 마음으로 나의 커밍아웃을 혹여나 보게 된다면, 모른 척해줘.

유언장을 적어뒀는데 (예. 제가 좀 유난합니다) 처분하고 남는 것이 있다면, 유류분을 빼고 성소수자 부모모임에도 기부해달라고 적었거든. Pride festival에서 그분들이 안아주시는 거 보면 울컥해. 딱 그만큼의 마음 크기인거지. 근데 어쩌겠어. 엄마가 보고 듣고 살아온 세계를 존중해. 다만 그저 기억해 줘. 이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는 거. 여전히 난 엄마를 사랑해 :)



전편에 이어, 시리즈는 체질이 아니라 결론만 말하면

Freediving advanced 자격증 잘 따고, 개인 PB 28m 도 찍고 왔습니다.

그래도 혼자는 무서웠어요 역시.


Thanks for my motivator, the legend of semi-conductor. Jeol Cha 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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