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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비스 Jul 28. 2023

노브라 8년 차 입니다. 거기에 미니멀리즘을 보탠

제 가슴은 오늘도 안녕합니다.

큰마음 까진 아니고 중간 정도 되는 맘을 먹고 커밍아웃을 했는데

오히려 노브라 커밍아웃 글의 조회수가 급상승 한걸 보니

세상은 내 가치관보다는 슴가의 자유에 더 관심이 많았나 보다.


노브라에 밀린 퀴어


브런치 글 중 가장 많이 읽히는 글 중 하나인 노브라 초보의 고백.

이제 한 3년 차쯤 되었나 싶었는데 2017년 겨울부터 점진적인 노브라 인간으로 살았다는 사실에 새삼 놀란다.


https://brunch.co.kr/@freebe/55

고민했다.

노브라 '중수'의 고백으로 심정과 근황을 공유하고 싶다가도 막상 결론은 '편함!' '무족건 입지 마세요'라는 편협한 강권으로 끝나게 될 것 같았다. 여성한테 참 좋은데 사진을 찍어 보여줄 수도 없고 이래저래 갈피를 잡지 못하는 새 노브라 초보는 어느새 8년 차의 프로가 되었다고 감히 자평해 본다.


브라의 착용 유무보다는 오히려 옷을 '입고 있는가' 신발을 '신고 있는가'의 이슈가 더 중요한 단풍국에 온 이후로 나의 가슴은 더욱 자유를 얻게 되었다. 돈 있으면 커피 사 마시지 옷 사 입겠는가? 의 정신에 입각하여 한국에서 사 온 노브라 티셔츠를 돌려가며 입고 있다. 아무렴 옷을 '입으면' 되는 곳이라 옷장과 더불어 보이는 것에 대한 개념은 더욱 가벼워진다.


이것이 진정한 내돈내산


이쯤 해서 털어보는 노(브라) 프로의 옷장.


노브라 티셔츠 3종과 옷을 뜯어먹는 쿠생키


1. 검정
겉감 안쪽에 천이 덧대어져 있는 형태. 캡이 있었던 것 같은데 불편해서 갖다 버렸다. 늘 캡을 버릴 때마다 지구에게 미안하다. 안감이 약간 얇은 형태이고 길이가 긴 편이지만 존재감 옅은 색이라 자주 입는 편. 그리고 천이 맛있는지 쿠생키가 오른쪽 어깨를 뜯어먹어 지인이 수선을 해주신 역사가 있는 티.
2. 회색
버건디를 만든 제조사에 재구입 문의를 할 정도로 꽂혔었는데, 해당 디자인은 더 이상 제조하지 않는다고 해 어쩔 수 없이 구매한 타사제품. 매우 강력한 존재감을 가진 캡과 얇은 안감으로 (상대적으로) 잘 안 입게 되는 편
3. 버건디
안감의 소재와 두께가 완벽한 티셔츠. 당시 3장씩 구매하지 않은 것을 후회할 정도로 만족하였는데 어느새 품절이라 판매자분께 재입고 문의를 할 정도로 꽂힌 티셔츠. 글을 쓰던 중 찾아보니 다시 생산하는 것으로 보임. 역시 브런치 글쓰기는 이롭다. 현재 판매가도 동일한 걸 보니 반갑다.


노브라 티셔츠의 가장 큰 아쉬움이라고 하면 바로 '밴드'. 모처럼 노브라를 결심했는데 다시 밴드로 가슴통을 조여야 하면 그게 유브라와 다른 게 뭡니까.. 그래서 밴드 있는 티셔츠를 사고 밴드를 잘라버렸습니다.


뎅-겅


8년 전엔 YOU-DO 테이프도 붙이고, 꽃무늬 패치도 까고 했는데 지금은 신경 쓰일만한 일이 있으면 약국에서 파는 테이프를 뜯어다 붙이고 있다. 이것도 그냥 붙였다가는 제거할 때 지옥을 맛보기 때문에 팔, 다리에 몇 번 띠부띠부 해서 접착력을 떨어트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8년 차의 노하우를 공개한다. 우리의 피부는 소중하니까.

그땐 브라 안 입는 내가 이상한가 싶었고 그거 안 이상하다고 약간은 절실하게 고백했는데, 8년이 지난 지금은 그냥 일상이 되어버려 글을 쓰는 것도 어떻게 마무리해야 하나 싶다. 아무튼 가치관의 충돌, 자아분열, 고민, 알고리즘을 타고 온 그대들에게 노브라 그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마무리 해 본다.


+ 러닝 하거나 운동할 땐 오히려 스브 -스포츠 브라- 를 입고 있습니다. 역시 옷은 TPO가 중요하죠.


마지막은 최애 노브라 티셔츠 착용샷으로 :)


아무튼 오늘도 가슴 쫙 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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