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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비스 Aug 06. 2018

노브라 초보의 고백

#노브라반년째 #시원하다 #편하다 #브라를왜입어?

그런 때가 있었다.

스포츠 브라를 입다가

어느 정도 나이가 차면

엄마가 입는 와이어와 캡이 있는 브라를 입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나와 동일한 성별의 여성이

그것도 나를 만든 창조주가 하는 행동은

너무나 당연하고

나 역시 그녀의 뒤를 밟아 가는 것은

자연의 규칙인 것처럼 보이는 때.


그럴 때가 있었다.


하지만 내 몸은 달랐다.

한여름에도 립밤을 달고 살아야 하는

예민한 점막을 타고났고

캡과 와이어가 달린 브라는

내 가슴에 편안함과 안정감이 아닌

짓무름과 가려움,

그리고 피부 벗겨짐을 가져다주었다.


결국 '남들이 다 하니까'

스포츠 브라는 계속 입으면서

'왜 나만 못 입지'라는 자기 비교로

몇 번씩 캡 브라를 시도하고 실패하는 일을

반복하며

내 삶의 우선순위에서 밀려 나가는 듯하였다.




2017년 겨울

페미니즘이 주변을 뜨겁게 달구던 겨울

평범하고 일상적으로 시도 해 본 노브라.


옷도 두껍게 입었고

아무도 내 가슴에 관심이 없다는 자신감으로

그렇게 브라를 입지 않는 날들이 늘어 갔다.


등에서 옆구리로 이어지는 라인은

더 이상 고무줄 자국이 남지 않게 되었고

여행을 갈 때에도

속옷은 가볍게 팬티만 챙기면 되었다.


혹 가끔 사람들 앞에서 거나

유두가 비치는 것이 걱정되는 날에는

'유두 패치(니플 밴드)'라고 나온 제품을 사용하였다.


사실 패치는 노브라를 시도하고 얼마 되지 않아

'누가 내가 브라를 입지 않은 것을 알아채면 어쩌나'

라는 두려움에 구입하였던 제품.  


이 글을 읽는 사람 들 중에서

노브라를 시도하고 싶지만

두려운 사람에게 추천하는 제품은

절대로 PVC나 비닐 제품은 구매하지 말라는 것이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뷰티, 드러그스토어에서도

대부분 비닐로 된 제품을 취급하고 있으니


차라리 약국에서 밴드를 사서 붙이기를 권한다.


그렇게 나는 너무나 일상적으로

브라에서 해방되었다.


최근 사용중인 ㄹ사의 ㄴ제품. 저렴한 가격에 접착력이 괜찮은 편. 제거후 끈끈이 남음 증상이 적다.


패치를 찾아보면서도

이것이 얼마나 상업화되어 있고

생산자 입장에서만 만들어졌는지

가슴 시리게 느꼈다.


여성을 위한 패치는

조금 더 크고 두툼한 두께에

무려

꽃무늬.


가슴을 가리지 않으면 큰일 나는 줄 알고

구매했던 제품들은

하루를 버티지 못하고 쓰레기 통으로 들어간다.

이유는 통풍 부족. 접착력 부족.


그리고 결국

내가 이걸 왜 붙이고 있나.라는 현자 타임.


꽃무늬는

거르세요.





오늘 아침에도 패치를 붙이며 생각한다.

'유두가 좀 튀어나오면 안 되나?'


선천적으로 캡을 쓰지 못하다 보니

수영장에서 본의 아니게 나이가 지긋한 분들의 태클 아닌 태클을 경험하게 된다.


"아이고 아가씨 가슴 다 보여"


예전엔 그저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거나

조금 더 날을 세워

'본인 가슴이나 잘 챙기시지..'에서 끝났던 생각이

이어진다.


여성의 가슴은 '부끄러운 것'이라는 사회적 관념은

남성의 유두 돌출조차 '찌(찌)셔츠'라고 부르며

가리고, 감추고, 숨기기를 종용한다.


부끄러움이란

결국 내 마음속에만 있는 것인데.


결국 이것 역시

부끄러움을 빙자한 마케팅.

거대한 산업 구조안에서의 희생

뭐 이런 게 아닌가 싶다.


내 가슴 내가 알아서 관리하니

부디 신경 끄고 갈길 가 주세요.






나는 원한다.

누군가의 자연성이 있는 그대로 존중받는 세상을.

타인의 신체, 외모, 피부색, 눈동자, 머리색, 모양,

형태. 그 어떤 것이라도


그것이 있는 그대로 존재하고

혐오와 비난, 차별의 대상이 되지 않는

세상을 원한다.


#노브라 6개월 차 초보의 고백


R.I.P S.L 191014


그리고 8년 만에 후속편을 쓰게되었습니다.


https://brunch.co.kr/@freebe/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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