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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비스 Jul 21. 2024

겨울이 가고 또 여름 왔다

아이스크림 다 먹었으면 일해야지?

6개월. 반년이 지났다.

계획형과 회피형의 조합이, 그렇게나 밀어내고도 지독하게 빠져들었던 관계를 극복하는 데 걸린 시간.

정말 결혼할 줄 알았고, 한편으로는 결혼이 뭔지. 관계가 뭔지. 끝없이 되물었다.

 

이런 상태로 결혼을 해도 될까?


불행은 다행이었을까.

나의 긴 Hibernation(동면)은 어느덧 새로 자리를 잡은 오카나간의 뜨거운 열기에 녹아버린 듯하다.


꽤나 좋아하는구나. 하늘 보는 거. 살면서 처음 해보는 주방일이 낯설다. 생각이 많아질 땐 눈앞의 재료손질에 집중해야 한다. 지금 내 눈앞의 양파와 치킨 다리살과 비프 12kg. 고민할 여유조차 사치다. 그래도 조금씩 알게 되는 새로운 나. 


쿠생키도 건강합니다.


쉬는 날엔 다시 도서관 - 수영장 - 코스트코의 루틴. 사랑하는 사람과 미국(캐나다)에서 아이스크림 먹는 삶을 꿈꿨는데, 현실의 아이스크림은 너무 빨리 녹아버린다.

사랑은, 짜릿함 두근거림이 아닌 혼자서도 건강한, 성숙한 두 개인이 내리는 선택. 그리고 그에 대한 책임. 그런 거라면 지금 이대로도 좋다. 의외로 혼자서도 참 잘 노는데. 뭐가 그렇게 불안했던 걸까.


내가 나를 가장 믿어주고 아껴주고 사랑해 줘야지. 언젠가 또 자동화된 생각의 길이 나를 불안으로 이끌 때 다시 꺼내보려고 정제되지 않은 글을 급하게 써 내려간다.


그러니까, 정말 짧은 시간이었지만 꽤나 진지하게. 아니 엄청 진지하게 마주했었고

그 시간만큼 엄청 힘들었지만, 또 나는 지금 여기 있다.


과정은 개운치 않았고 돌이켜 보았을 때 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은 부끄러움도 남았지만.

나의 선택만큼은 포기하지 않았다.


지금은, 이걸로 됐다.

그럼 이제,


마무리는 귀여운 비버


아이스크림 다 먹었으면 다시 일어나서 일하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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