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비스 Jul 16. 2017

아저씨. 반말하지 마세요

#언제봤다고 #반말이야

이포보였다.
그곳을 왜 지나갔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서울까지 돌아오는 길 시간이 꽤 남았던 걸로 기억한다.

다리 한켠에 지어진 전시장을 둘러보고 주차장을 향해 나오던 길이었다.
3명의 60대 정도 되어 보이는 남성 셋이 자전거를 끌며 걸어오고 있었다.
서로 사진을 찍어주던 그들은 멀리서도 들리게 “쟤네한테 찍어 달라고 하자”라는 말을 하는 듯했다.
나와 일행이 그곳을 지나가는 순간 선명하게 들리는 소리.

“야, 사진 좀 찍어줘”
그리고 이어 들린
“야 쟤는 남자냐 여자냐?”
“중국애들이냐?”

단 세 마디 만에 온갖 혐오와 차별로 점철된 소리를 듣고 질려 버렸다.
 
무시가 답인 듯하여 지나려는 찰나 일행은 “찍어 드릴까?”라고 말했고
나는 “반말하지 마세요.” 라 말하며 일행을 잡고 갈 길을 계속 갔다.
 
자신들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깨닫기를 바란 적은 없다. 그렇게 살아왔을 터이다.
하지만 그들을 뒤로하고 주차한 차로 걸어가는 300m
나는 평생 들을 욕을 다 들었다.
 
“씨발년” “썅년” 은 말할 것도 없고
“저렇게 생겨 먹었으니 저런다”
“애미 애비가 저렇게 키워놨다”

사실 귀담아들을 이유가 없으니 잘 기억은 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이 분명히 한 성차별, 권위주의, 인종차별의 의식이 깊게 박힌 자들이
뱉어내는 그보다 더 원색적인 욕설들.
 
욕을 들어 억울한 마음에 거의 1년이 지난 일을 꺼내고 싶은 게 아니다.

내가 마주하는 사회적 문제들을 다시 생각하며
대체 얼마나, 어떻게 대접받고 차별하고 살아왔길래 길 가다 마주친 사람에게
그들이 약해 보이는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욕설을 내뱉을 수 있는 걸까.

강자에게는 얼마나 약했길래
자신이 약자라 생각하는 존재에게 그렇게 대할 수 있었을까.
 
나는 원한다.
나는 바란다.
서로 조심하며 부탁할 수 있는 세상을.
타인의 거절을 받아들일 수 있는 성숙함을.

+ "중학생 때 얼굴을 아직도 유지하는 동안인 네가 참아라"는 칭찬은 감사하지만
이런 일들은 가끔 툭 떠올라 일상의 평온함을 파괴한다. 


++ 나와 내 주변인은 '수평어'를 사용한다.

수평어란?

상대에 대한 존경과 존중의 의미를 담아 서로 동의한 상태에서 혼용하는 반말과 존댓말


▶ 이어지는글 

페미니즘이 뭔데? 

https://brunch.co.kr/@kemen/46

작가의 이전글 나 그냥 게임하게 해주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