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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비스 Dec 23. 2021

연차카레

연차를 붙이면 뭐든 그럴 듯 해지는 마법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러니까 이 카레를 먹는 일.

커리가 아니고 카레다.

간판도 그렇게 주장하고 있다.


성북구 언저리

바쁘게 돌아가는 서울 한켠에

무심하게 자리 잡은 이곳은

적어도 내겐

동네 카레집이었다.


시금치 카레에 오쿠라 잔뜩

어느 해 크리스마스에 선물같이 찾아온

인도식 미트볼 커리 함박스테이크 스타일의

경양식 카레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지만

당당히 최애임을 밝히는 키마카레


당연한 일 이겠지만

이곳은 점점 유명해져

주말은 커녕 평일 점심도

꾸준한 기다림 끝에 만날 수 있는

핫플이 되어버렸다.


모처럼의 연차

큰맘 먹고 나선길엔

여전히 4-5팀이 기다리고

차분히 이어폰을 꽂고

카모메 식당을 본다.


성북구 카레만큼

카모메식당과 어울리는 가게가 있을까

(심야식당 이려나)


고요한 기다림 끝에

혼자 오신 분 자리를 먼저 안내해주신다

사장님 최고

마음속으로 하트를 날리며

겸허히 이번 시즌에 주어진

나폴리탄 카레를 먹는다.


사장님. 저 많이 아팠어요.

후각미각 다 사라졌는데

돌아오면 가장 먹고 싶었던 게

이 카레에요.


사장님은 바쁘니

그리고 친분도 없으니

감사히 카레만 먹는다


고정메뉴인 시금치 키레도 먹고 싶은데.  

아쉬움을 달래며

마지막 남는 계란을 입에 넣는 순간


"저 시금치 카레 추가요"


옆자리에서 함께 입장해

같은 메뉴를 먹던 분의

추가 주문.


그렇구나.

한 끼에 두 개다 먹어도 되는 거였어!


꽉 찬 배를 두드리며

옆자리 카레 고수에게 경의를 표한다.


잘 먹었습니다.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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