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없이 자유로운 Mar 26. 2020

군대는 더 좆같아져야 한다.

가끔 친구들과 군대 얘기를 하거나 인터넷으로 웹서핑을 할 때 군대가 얼마나 좆같은지 신세한탄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서 군대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내 의견은 반대다. 군대는 지금보다 더 좆같아져야 한다. 


사병이든 간부든 장관급이든 군대 월급을 줄이는 한이 있더라도 개같이 굴려야 한다. 왜냐면 그래야 나라에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그 이유를 지금부터 따져보고자 한다.


군대라는 곳은 특히 남자들에게 있어선 하나의 통과의례나 다름없다. 어디 한 곳이 성치 않아서 제 몸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거나, 돈이 많아서 타국 시민권을 갖고 있거나, 그 외 등등으로 가지 않는 이상은 다 간다. 


그런데 그 직군을 살펴보면 20대 초반이 많다. 특히 스물한 살에서 스물두 살 사이. 대학생이라면 1학년이나 2학년을 마치고 군대를 들어오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군대의 편의도 좋아지고, 월급도 높고 휴가도 빵빵하게 준다면 어떻게 될까? 대학생활을 하면서 미래에 대한 스트레스와 여러 가지로 문제를 겪었던 것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보금자리여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생각 갖고 있는 놈 치고 성공하는 놈 못 봤다고 얘기할 수도 있지만, 이십 대 초반은 막 성인이 되어 자신의 진로에 대해서 고민해보는 시기다. 그렇기 때문에 그전까지는 아무렇게나 살았더라도 점점 자신의 길을 생각하면서 성숙해지는 기간이란 말이다.


그런데 그 군대라는 통로가 안락해서 그대로 주저앉아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더 크게 성공할 수도 있는 인원이 고작 하사나 소위를 달며 군생활을 하는 것이다. 군인의 존재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 인원이 밖에 나가서 더 큰 소득으로 성실한 납세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원천 차단해버린다. 이 얼마나 큰 손실인가?


군대라는 곳은 이윤을 추구하는 곳이 아니다. 그래서 훈련을 하거나 내무 관리를 했을 때 결과가 시원찮든 좋든 그건 당장의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저 억지로 끌려온 용사들이 죽거나 다치는 등 신체적인 결함만 생기지 않으면 된다. 그게 지금 군대의 실태다. 


그래서 누군가가 간부가 돼서 좆같은 군대의 문화를 바꿔보겠다고 말하는 자가 있다면 한번 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군대는 계급사회이며, 어떻게든 국가의 녹봉을 받기 위한 공무원이 득실거리는 곳이라, 자신에게 위협이 될 수도 있는 큰 변화를 거부한다. 계급이라는 조직의 특성으로 인해 아래에서 바꾼다는 건 꿈도 꾸지 못할 일이고.


그럼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라 하여 '수신'을 위한 본인 훈련을 열심히 준비하고 실제로도 잘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딸랑 표창이나 쥐어주며 '잘한다 잘한다 잘한다'며 칭찬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두 번째에도, 그리고 세 번째에도 잘하면 어떻게 되는지 아는가? 왜 위에서 잘한다는 말을 세 번 얘기했겠는가? 그 횟수가 다다르기 전에 깝치지 말고 생활하라는 소리였다. 그러니 세 번째가 되는 순간 야구로 따지면 쓰리아웃인 셈. 그 간부는 더 이상 '잘하는 간부'가 아닌 '깝치는 간부'가 돼버린다.


그렇다면 군대에서 작업을 잘하는 간부라면 어떨까? 그 간부는 '잘하는 간부'가 아닌 '써먹기 좋은 간부'로 전직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무슨 일만 있으면 '아, 걔가 그거 잘하니까 걔 시켜.'라며 일의 업무가 증가하는 마법이 펼쳐지는 게 군대다. 그러니 오죽하면 군대에선 더도 말고 중간만 가라는 소리가 있지 않는가? 왜 그런 말이 유행어처럼 떠돌아다니는지 고민해본다면 위와 같은 답을 추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위에서 군대가 얼마나 좆같은지 설명을 했지만 전직 군인으로서 군대는 앞으로 더 좆같아져야 한다. 그래야 군대에 들어온 용사들이 반면교사를 삼아서 '전역하고 군대같이 좆같은 회사가 있다면 당장 때려치워야겠다'며 역으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역설적이게도, 군대라는 비 합리적인 곳이 있기에 무엇이 합리적인지를 구별할 수 있다.


그러니 군대라는 존재는 국가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역할을 떠나서, 하나의 통과의례로 존재해도 괜찮을 듯싶다.


그러니 남은 것은 하나. 


더 좆같아지는 것.

keyword
작가의 이전글 서른 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