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쓰꾸쓰 ep.3 등 뒤를 받쳐주는 존재
요즘 자주 트는 곡이 있다. 애니메이션 「룩백」의 OST인 Rainy Dance다. 멜로디보다 이 노래가 영화에 흐르는 영화 속 장면이 먼저 떠오른다. 미술 학도인 주인공 후지노는 어느 날 자신이 은밀히 인정해 온 동급생으로부터 진심 어린 칭찬을 듣는다. 그녀는 동급생을 만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비를 맞으며 달린다. 달린다기보다는 감격에 겨운 몸을 주체하지 못한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 모르겠다.
잔잔하게 내리는 비와 흐릿한 하늘 그리고 비 웅덩이가 군데군데 고인 좁은 길. 후지노는 우산 없이 걸음을 옮기다가 돌연 속도를 높인다. 자연스레 펄럭이던 손은 점차 힘이 들어가 앞뒤로 흔들리며 추진력을 높인다. 그녀는 웅덩이도 피하지 않고 그대로 밟고 지나간다. 눈을 질끈 감고 달리면서 숨소리조차 내지 않으려 끙끙댄다. 그 위로 Rainy Dance가 흐른다. 그간 그녀의 처절한 노력을 감싸안는 듯한 느낌이다. 나도 모르게 마음이 동요한다.
잘하고 싶은 일일수록 당사자가 가장 늦게 확신을 갖곤 한다. 자신의 능력을 판단하기 쉽지 않다.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의심을 애써 외면한 채 그저 하는 것뿐이다. 그럴 때 예상치 못한 한 마디가 귓가에 닿으면 심장이 쿵 내려앉는다. 인지하지 못한 능력을 새로 정의해 주는 게 아니라 이미 하던 일을 "너답게 잘하고 있다"라는 묵묵한 말. 머릿속 흐릿하게 자리잡혀 있던 능력이 구체적인 형태로 탈바꿈하는 순간이다.
최근에 그런 문장을 하나 받았다. 예전에 함께 일하던 선배가 오랜만에 메시지를 보내왔다. 올라간 지 얼마 안 된 칼럼 기사를 보고 예전 생각이 났고 재밌게 읽었다고 했다. 그 한 문장에 마음속에 고여있던 막막함이 씻겨 내려갔다. 늘 같은 방식으로 제자리걸음 하는 건 아닐지 늘 의심하던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았다.
다시 Rainy Dance를 듣는다. 아니 후지노를 본다. 비는 여전히 내리고 길은 젖어 있다. 그녀가 방까지 뛰어가면서 흘린 빗방울이 보인다. 이어 분주하게 그림 그리는 손이 따라붙는다. 방에 내팽개쳐진 물기 젖은 책가방과 그녀의 굽은 뒷모습이 차례대로 잡힌다. 그 방향으로 계속 가도 된다고 위로받은 사람의 단호한 의지가 풍긴다. 덕분에 주춤해 있던 발걸음을 다시 움직일 힘을 얻는다.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