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스크린 밖으로 걸어 나온 꿈

꾸쓰꾸쓰 ep.4 가장 솔직한 형태의 꿈

by 정태현

언젠가 꿈이 뭐냐는 질문에 <위대한 개츠비>의 개츠비처럼 살고 싶다고 답한 적이 있다. 농담처럼 건넸지만 완전히 즉흥적인 대답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개츠비 같은 삶을 진지하게 설계하고 있지도 않았다. 내 안에 오래 남아 있던 어떤 감각이 불쑥 튀어나온 말이었다.


영화가 전부였던 시기가 있었다. 이미 가봤던 삶, 가보지 못한 삶, 영화를 보고 난 뒤의 새로운 삶까지 영화로 실감했다. 영화가 수명을 늘려준다는 통찰을 그때 실현하고 있던 듯하다. 스크린 안의 인물들은 현실보다 더 또렷했다. 그 캐릭터들에게 하염없이 매료됐다. 이를테면 개츠비처럼 이뤄지지 않은 사랑을 잊지 않고 끝내 동경하고 싶었다.


문득 영화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품었다. 취미가 아닌 직업으로서 말이다. 겁도 없이 무턱대고 영화에 뛰어들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그때도 영화가 힘이 돼줬다. <아메리칸 뷰티>의 레스터는 삶의 주권을 찾기 위해 번듯한 직장에서 나와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를 택한다. 사회적 가치보다 자아실현에 무게를 둔 그의 선택이 내 안의 무언가를 강렬히 추동했다. 그렇게 삶이 나만의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지금 영화 글쓰기를 직업으로 삼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그때의 꿈은 사라진 걸까. 꼭 그렇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약간의 변주를 통해 자아를 실현해 나가고 있다. 영화 대신 다른 분야의 글을 쓰고 여전히 중요하게 여기는 감각들을 놓지 않으려 애쓴다. 삶을 하나의 이야기처럼 바라보는 습관, 장면과 맥락을 읽으려는 태도는 여전히 남아 있다.


꿈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했다. 어쩌면 답을 이미 정했지만 그것을 통념에 맞는 언어로 설명하는 게 어려운 건지도 모르겠다. 특정한 도착지를 분명히 찍어두는 삶보다는 나를 찾아가는 방향으로 부단히 유영하는 삶을 살고 싶다. 그게 지금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가장 솔직한 형태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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