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꿈

by 자낫

지난 주말 순천 송광사에 다녀왔다. 외딴 숲속에 시원한 계곡을 끼고 널찍히 자리잡은 천년고찰이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가슴이 뻥 뚫렸다. 절 입구에서 벌써 절을 둘러보고 내려오는 젊은 아버지와 아이의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되었다.


- xx이는 꿈이 뭐야?
- 나 지금은 하고싶은 거 없는데
- 하고싶은게 지금 꼭 있지 않아도 돼. 나중에 생길 수도 있고 없어도 되고.


아버지가 산뜻하게 말했다. 순간 가슴에 봄바람이 살랑 스쳤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얼마나 장래 희망, 인생의 목표에 강박을 갖고 있었는지 새삼 깨달았다. 어느 순간 꿈은 장래희망으로 해석되었고, 장래희망은 진로로, 진로는 명문대 진학과 취업으로 재정의 되었다. 그 기저에는 생존본능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이제 어느 정도 경제적 자립을 하게 되자 물질적 보상, 사회적 인정 없이 스스로 즐거운 일을 하고 싶다는 욕망이 싹텄다. 지금은 그것이 꿈이다. 인간이 본능과 욕망으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겠지만 꿈이라는게 그만큼 인간에게 원초적인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혼자 오롯이 즐거운 일이 뭘까? 새로운 단어를 익히는게 즐겁다. 새로운 말을 배울수록 보고 느끼는게 확장되고 깊어진다. 작년에는 영화 '퍼펙트 데이'에서 '코모레비(木漏れ日)'라는 말을 건졌다. '잎새 사이로 비치는 햇빛'이라는 뜻이다. 코모레비를 알고나서 나무 보는 재미가 늘었다. 잎새 사이로 비치는 햇빛 뿐만 아니라 통통한 나뭇잎이 햇빛에 반사되어 반지르르한 모습, 짙고 옆은 나무 그림자도 감상하게 되었다. 일본 사람들은 그런 재미를 진작 알고 있었구나.


올해는 코모레비 같은 단어를 길어올려 "엄청난 단어 10선" 같은 단어집을 내는게 꿈이다.


- 아 나 하고싶은 거 생각났다. --- 하고 싶어.

아이가 말했다. 빠르게 말하며 멀어져 잘 못 들었지만 신나보였다. 인생의 어느 시절에 있든 꿈의 무게에 눌리지 않고 자유롭게 하고싶은 것이 많았으면 좋겠다.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뮤지션, 제이콥이 좋아하는 단어는 무엇인지 들어보자. (번역은 한국인이 사랑하는 Chat GPT로 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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