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받지 않고도 쓰는 마음
작가 혹은 글쓰는 사람이라는 자격은 글을 쓸 때만 유효하다. 아무리 좋은 글과 작품을 내놓아도 더 이상 쓰지 않으면 그 명칭은 가벼워진다. 그러니까 그 자격은 결과로 얻는 훈장이 아니라 계속 써나가는 과정에서 잠깐 머무르는 이름인지도 모른다.
2020년 11월 대학원신문사 마지막 호 작업을 마친 날이었다. 모든 걸 끝냈다는 사실에 마음이 홀가분하면서도 싱숭생숭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동료에게 물었다. "형, 이제 나 글쓰는 사람 같아?"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질문이다. 조심스럽게 내뱉은 말은 마스크에 가려져 온전히 전해지지 않았다. 형은 질문의 대상을 본인 자신으로 알아들었다. "형은 글 쓰는 사람 같아?"라고.
형은 차분하게 앞의 이야기를 꺼냈다. 작가나 글쓰는 사람이라는 건 결과로 증명하는 자리가 아니라 쓰는 동안에만 붙잡을 수 있는 거라고. 그때는 원하는 답을 듣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오히려 그 어긋남이 다행이었다. 그 자격은 다른 사람이 내려주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 무렵엔 평론가라는 자격에 꽤 매달려 있었다. 등단을 향한 마음 때문인지 타인의 평가가 유난히 크게 들리던 시기였다. 잘 썼다는 말 한마디에 들뜨고 애매한 반응 하나에도 오래 흔들렸다. 형에게 정말 묻고 싶었던 것도 "누가 봐도 글 쓰는 사람처럼 보이는가"였는지 모른다. 왜 글을 써야 하는지도 고민하지 않은 채 먼저 자격을 인정받고 싶었던 셈이다.
지금은 그때보다 인정욕구가 많이 옅어졌다. 대신 글에 대한 효능감을 자주 느낀다. 스스로 납득할 만한 문장을 써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다. 복잡한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흩어진 조각들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어낸 뒤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문장을 세우는 일. 그렇게 글이 완성되면 작지만 오랫동안 옅어지지 않는 만족을 느끼곤 한다. 어느새 글쓰기는 나를 지탱하는 루틴이 됐다.
과거에 동경했던 만큼 글을 유려하게 쓰진 못한다. 하지만 지금은 글쓰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데 남의 판단이 필요하진 않다. 그때 내게 하지 못했던, 남에게 떠밀었던 질문에 이제야 답한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 쓰고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