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슬플 때 글을 써
기자 출신 소설가 장강명은 문학계 명사를 만날 때 ‘문학은 왜 하는 겁니까’ ‘문학의 쓸모는 뭐라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묻는다. 보통 질문을 받는 사람은 책을 한 두 권 출간한 사람인데 기억나는 답변은 아직 없다. 답변보다 질문이 더 강력했다.
김연아처럼 ‘그냥 하는거지’ 하고 쿨하게 말할 수 없다. 김연아의 작품은 몸으로 보여주는 것인데 문학은 말로 보여주는 것이기에 이런 질문에 말로 답을 할 수 밖에 없다.
작년 가을 글을 꾸준히 쓰기로 결의한 후 글을 왜 쓰는지에 대해서 해명해야할 책임을 느낀다. 장강명이 인터뷰를 할지 모를 일이지만 그가 아니더라도 누군가에게 글 쓰는 사람으로 소개한다면 왜 쓰는지도 설명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글을 활발하게 썼던 때는 돌이켜보니 20대 초중반이었다. 블로그 글을 뒤져보니 재수를 시도했던 해, 첫 연애를 시작했던 때, 그리고 또 다시 터널같이 길고 어두웠던 수험생 시절에 글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불안이 글쓰기의 원천이었다. 기형도는 질투는 나의 힘이라는데 내게는 불안이었다. 불안하고 불편하고 외로우면 그런 시끌버끌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글을 썼다.
직장생활을 한 10년 하고 결혼을 하고 생활이 안정되자 불안은 줄었다. 불안 대신 공허함이 자리를 잡았다. 그게 또 글쓰기를 부추긴다. 따지고보니 인생에서 견딜 수 없는 것들이 글을 쓰게 하는 것 같다. 글을 쓰게 해서 글로 견디게 하는 것 같다. 괴로우면 괴로운대로 지루하면 지루한대로 살아있음을 느끼려고 글을 쓴다.
마음 속을 가만가만 짚어가며 이런 마음에는 어떤 이름을 붙여야 하나, 왜 이런 마음을 갖게 되는가를 거슬러올라가며 사람 마음을 헤아리는 글을 쓰고 싶다.
어제 BTS 광화문 공연할 때 멘트하는 것이 실망스러웠다. 광화문이라는 한국의 상징적인 공간을 빌려 전 세계 189개국에 라이브로 송출하는 공연을 하는데 아 좋아요 감사합니다 아미 사랑해요 같은 뻔한 말들만 하는게 아쉬웠다. .그러려고 공권력까지 동원해서 광화문 일대를 통제했나. 광화문에서 그런 공연을 할만큼 인생에 벅찬 순간이 온다면, 그런 마음도 확실히 글로 옮기고 싶다.
또, 광화문이라는 공공 장소를 대여하는데도 멘트의 대상은 아미 팬에 한정해서 말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았다. 글도 마찬가지다. 지인을 대상으로 한 글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더 넓게 공명할 수 있게 쓰고 싶다.
*곽민지의 ‘난 슬플 때 봉춤을 춰’ 패러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