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를 기대하게 하는 계절, 봄
최근 명리학을 공부한 지인이 흥미로운 말을 꺼냈다. 내 사주는 뿌리가 깊고 다재다능한 나무(木)의 형상을 타고났지만 그 밑에 너무 단단하고 많은 금(金)들이 깔려 있다고 했다. 이 금들이 나무를 옥죄고 있어 마음껏 가지를 뻗지 못하고 과하게 통제하며 살아왔을 거라는 이야기다.
중요한 건 올해에 관한 전망이었다. 2026년 병오년(丙午年)은 불(火)의 기운이 아주 강해서 이게 금을 좋은 쪽으로 녹여낼 거라고 했다. 이제 자기통제가 약해지니 하고 싶은 걸 마음껏 발산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기 좋은 시기가 왔다는 것이다.
이직한 지 10개월이 돼 간다. 여전히 적응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간간이 밤늦게까지 일을 붙잡기도 한다. 달라진 게 있다면 속 깊이 자리잡은 막막함이 사라졌다는 거다. 일이 몰릴 때가 있듯 여유가 생길 때도 있다는 걸 깨달으면서다. 힘을 빼고 일할 수 있게 됐다. 자기통제를 하는 단단한 금들이 유연한 액체가 돼 흐를 준비를 마친 느낌이다.
요즘 일상을 채워주는 취미도 다시 보게 됐다. 러닝과 계단 오르기는 몸을 데우는 육체 활동이다. 숨이 차고 땀이 흐르는 감각이 점점 좋아진다. 정적인 에너지가 뜨거운 열기로 순환되는 느낌이다. 반면 머리는 차갑게 식는다. 복잡한 고민 거리도 그 순간만큼은 머릿속에서 지워진다.
알코올도 비슷하다. "인간은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5% 부족한 상태로 태어났다"는 노르웨이 정신과 의사의 주장에 공감한다. 부족한 알코올 농도를 채워주면 창의력과 유연함이 생길 수 있다는 측면에서다. 일상의 규율을 무너뜨리는 도구가 되면 곤란하지만 때로는 '이 정도면 됐다'고 말해줄 완충재가 될 수 있다. 중요한 건 굳은 마음에 활기를 불어넣는 일이다. 거센 금의 기운을 녹여낼 정도로 말이다.
사주 풀이가 올해 거창한 성공을 예고하는 건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 재미로 듣기 좋은 비과학적인 이야기다. 그저 경직과 두려움을 녹이기 위한 핑계거리로 삼으려 한다. 올해의 봄은 유연함을 다지는 시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