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회사는 사실 감옥이 아니라, 울타리였을지도

by 프리데이

학교에 다닐 때는 학생이었다.

그 타이틀은 내 신분증이었고,

‘지금은 공부하는 시기니까’라는

보호막이 되어주었다.


회사를 다닐 땐 직장인이었다.

명함 한 장에 적힌 회사명과 직함이

내가 사회 속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증표 같았다.


그리고 지금,

나는 퇴사했다.

학생도 아니고, 직장인도 아닌

그 어떤 타이틀도 없는 상태.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타이틀이 사라지면

세상이 나를 보는 눈도 조금씩 흐릿해진다는 걸.


더 이상 “요즘 뭐 해? “라는 질문에

딱 떨어지는 대답이 없고,

나조차도

‘나는 지금 어떤 사람이지?’라고

자꾸 되묻게 된다.


학생도, 직장인도 아닌 나는

그동안 직장인 타이틀이 단순히 ‘직업’이 아니라,

세상 앞에서 나를 보호해 주는 갑옷이자

울타리였다는 것을 비로소 실감하게 되었다.


울타리가 없으니

세상의 바람이 그대로 내게 불어온다.

그 바람은 때로는 시원하지만,

많은 날엔 조금 춥고, 조금 외롭다.


그렇지만 나는 이제,

그 울타리 없이도

살아보려고 한다.


조금 더 흔들리고,

조금 더 나약해질 수 있더라도,

결국엔 단단한 나로 자라고 싶다.


타이틀이 사라진 지금,

나는 세상과 진짜 나 사이에서

가장 용감한 시간을 살아가고 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타이틀 없이 살아가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