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정체성과 마주하는 시간
퇴사를 했다.
명함은 사라졌고,
이메일 서명도, 프로필의 직함도
모두 ‘없음’이 되었다.
그 순간부터 나는
이상하게도 조금 투명인간이 된 느낌이었다.
마치 세상이 나를
더 이상 알아보지 못하는 것처럼.
이름만으로 설명되기엔
너무나 많은 것들이 사라졌고,
나는 나를 증명하고 싶은 마음에
자꾸 무언가를 하려 들었다.
“그냥 쉬는 거 아니에요.”
“곧 다시 뭘 할 거예요.”
“지금 뭔가 하고 있어요.”
누가 물어본 것도 아닌데
자꾸 그렇게 변명하듯
나를 포장하고 싶었다.
도대체 누구에게 증명하고 싶은 걸까.
세상에게?
나 자신에게?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나를 증명하려고 한다.
언젠가 정말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무언가를 해내지 않아도,
성과가 없어도,
타이틀이 없어도,
‘그냥 나’로서 존재하는 것만으로
충만함을 느낄 수 있기를.
나는 오늘도
존재만으로 충분한 내가 되는 연습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