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구단과 자장가

다들 이런 기억 하나씩 있잖아요?

by 프리데이

지하철을 탔다.

한 칸의 노약자석에서

구구단을 외우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의 주인공은

할머니와 손자.

둘은 나란히 앉아

“2 ×1은 2, 2 ×2는 4…”

작지만 또렷하게 구구단 2단을 읊고 있었다.


할머니의 구구단 소리는 자장가 같았다.

낮고, 천천히, 정성스럽게.

그 박자에 맞춰 손자는 손뼉을 치고,

할머니도 그 박자에 맞춰 장단을 맞췄다.


지하철 한켠,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그 작은 구석에서

둘만의 시간은 참 따뜻했다.


그 아이는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언젠가 지하철에서 할머니 손과 마주치며 구구단을 외우던 기억을 아주 오래도록, 아름답게 기억하겠지.


그 장면을 보고 있자니

문득 나의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이 떠올랐다.

아마 초등학교 2학년쯤이었을 거다.

나는 구구단 7단이 정말 안 외워졌다.


다른 단은 괜찮았는데

유독 7단 만은 머릿속으로 들어오질 않았다.

엄마는 말했다.

“너 7단 다 외울 때까지 시장 안 데려간다!”


그 말에 억울하고

답답하고 속상해서,

나는 침대 위에 앉아

구겨진 구구단 종이를 들고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울었다.


지금 생각하면

모두가 첫 이를 뽑은 날을 기억하듯,

구구단이라는 단어 역시

누구에게나 하나쯤은

따뜻하고 몽글몽글한 어린 날의 기억을

품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그 안엔 어른이 되고 나서도

계속 마음을 두드리는 정서와 시간의 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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