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치료 Q&A 6
정신과에 입원을 하게 되면 주치의가 환자분과 출생 시부터 최근 근황까지 두세 시간에 걸쳐 상세한 면담을 진행합니다. 환자분이 호소하는 우울, 불안, 무기력, 의욕 저하, 집중력 저하, 불면 등의 증상이 어떠한 이유로 생겼는지를 파악합니다. 증상이 생기는 이유에는 타고난 기질적 소인과 환경적 요인이 함께 섞여있습니다. 환자분의 문제 해결 능력 및 스트레스에 대한 취약성, 성장과정에서 형성된 사고방식 등을 검토하여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냅니다.
주치의는 면담 및 관찰을 통해 파악한 환자분의 특성을 담당 교수님에게 보고하여 치료 방향을 정하게 됩니다. 약물 및 면담 치료를 지속해나가며, 사회복지사 선생님들이 음악, 미술 등 집단 치료 프로그램과 가족 치료 프로그램을 통해 함께하게 됩니다. 정신과의 의료진들은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최대한 아늑하고 편안한 환경에서 불편감이 없도록 환자분들을 대하고 치료합니다. 회복을 마치고 퇴원을 할 때 많은 환자분들과 보호자분들이 정신과 병동의 입원 경험에 대해 긍정적으로 도움이 됐다는 말을 하곤 합니다.
입원 치료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면담의 횟수와 시간이 외래보다 많다는 점입니다. 매일같이 주치의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 때문에 감정적인 유대관계가 형성될 수 있으며, 깊이 있는 내면의 이야기까지 터놓을 수 있습니다. 병원 밖에서는 누구에게도 하지 못했던, 자신만의 깊은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공유하는 경험은 타인과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게 하고, 환자분이 스스로를 치유해나가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약물치료에 있어서도, 입원 치료가 외래 치료보다 가지는 장점이 있습니다. 항우울제, 항불안제, 항정신병 약제, 기분조절제 등 정신과 약물은 종류가 다양한 만큼 다양한 효과와 부작용을 가지고 있습니다. 같은 약물을 사용해도 사람마다 약에 대한 반응이 다를 수 있습니다. 처음 약물을 사용할 때 부작용을 경험하게 되면, 정신과 약물에 대한 거부감을 가질 수 있어 약물치료를 할 때는 최소용량에서 시작하여, 점차 증상 및 부작용의 변화를 관찰하며 충분한 효과를 낼 때까지 서서히 증량을 해야 합니다. 외래와 다르게 입원 치료에서는 약의 효과와 부작용을 바로바로 의료진과 상의할 수 있어 맞는 약과 용량을 효율적으로 찾을 수 있습니다.
정신과 병동은 대개 입출입이 자유롭지 않은 보호병동으로 되어 있어 입원을 경험해보지 않은 분들은 이에 대해 불편하거나 두렵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외부와 분리되는 환경은 도리어 환경적으로 가해지는 스트레스 요인을 차단시키는 역할을 하여 환자분들에게 심리적인 안정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부모님, 배우자, 자녀 등 가족과의 갈등으로 인해 정신적으로 불안정했던 경우, 입원을 하여 당사자들 간의 분리를 하는 것만으로도 불안의 상당 부분을 해소할 수 있습니다.
입원 기간에 대해서는, 환자분이 병동 밖에서 충분히 안정적으로 생활이 가능하다고 판단될 때 퇴원일을 상의합니다. 주로는 외출이나 외박을 먼저 하여, 환자분이 집에서 지내는데 불편감이 없다는 것을 한두 차례 확인 후에 퇴원일을 정하게 됩니다. 퇴원 후에는 다시 마음이 힘들어질 때, 언제든지 찾아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장소와 사람들이 있다는 점이 심리적인 안정을 주게 됩니다.
저는 위와 같은 장점들로 인해 현재 입원 시설이 없는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음에도, 외래에 내원하는 분들께 입원 치료를 종종 권할 때가 있습니다. 입원 치료가 환자분들이 회복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는 점에 대해 경험을 하여왔고, 막연한 거부감 또는 두려움으로 인해 치료를 받지 못하고 계신 분들을 위해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일상생활을 해나갈 수 없을 정도로 큰 심리적 어려움에 직면하신 분들께서는, 입원 치료의 도움을 받아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