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멀리하기
"친구가 너무 자기 말만 해요."
20대 초반 여성 A는 중학생 때부터 친하게 지냈던 6년 지기 친구가 있었습니다. 친구는 늘 자기주장이 강한 편이었지만 고등학생 때까지는 단짝 친구로 지내기에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대학에 진학을 한 후에는 자주 만나지는 못해도 연락을 꾸준히 하며 관계를 유지하였습니다.
친구는 A를 만날 때마다 본인의 이야기만을 주로 하였습니다. A도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친구는 항상 A에게 무엇인가를 가르치려 하면서 정작 A의 이야기는 관심 있게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하루는 A가 새로 산 운동화를 보여주었는데, 친구는 운동화를 만드는 회사에 문제가 있으니, 앞으로는 그 브랜드의 운동화를 구입하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A는 운동화를 구입한 자신이 비난받는 것 같이 느껴져 친구에게 서운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A는 친구와의 대화를 하고 나면 늘 마음이 답답하였습니다. 친구는 A의 사소한 행동까지도 잘못된 점을 지적을 할뿐더러, 부정적인 내용이 대화의 주를 이루었습니다. A는 친구의 이야기에 반박을 하고 싶기도 하였으나, 자칫 관계가 멀어질까 봐 걱정이 되어 참고 들어주는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A는 친구를 만날 때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나고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졌습니다.
"친구를 멀리 하려니 마음이 불편해져요."
A는 친구와의 관계로 인해 자존감이 많이 저하된 상태였습니다. A의 이야기는 들어주지 않고 자신의 말만 하는 친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다 못해 스스로를 못난 사람으로 비난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A에게 불편한 친구를 왜 계속 만나는지를 먼저 물어보았습니다.
A는 사실 친한 친구가 많이 없었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을 함께 해온 친구와의 관계는 A에게 있어서 학창 시절에 대한 추억의 매개체였습니다. 친구와의 관계가 멀어진다는 것은 중고등학교 시절 전체의 추억을 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처럼 느껴졌습니다.
또한 A는 친구를 멀리 하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대화를 하면 마음이 불편하기는 하였지만 어쨌든 친구는 늘 A를 먼저 찾아주곤 하였기 때문입니다. 이제 와서 친구와 멀어지려는 것은 스스로가 나쁜 사람으로 느껴져 A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였습니다.
"그럼에도 친구와 멀어져야 하는 이유"
친구는 대화를 할 때 다른 사람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는 성격입니다. 반면에 A는 눈치를 보며 최대한 상대방에게 맞춰주는 성격입니다. 친구의 입장에서는 본인의 말을 잘 들어주고 따라주는 A가 대화의 상대로 편하게 느껴졌을 것입니다. 이러한 두 조합이 만나 대화를 할 경우 A의 상황과 같이 대화의 불균형이 발생을 합니다. 한 명은 자신의 말만 쏟아내고 다른 한 명은 늘 참고 들어주기 마련입니다.
친구는 무의식적으로 A를 자신보다 못한 사람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A는 친구에게 계속 무엇인가를 지적해주고 알려주어야 할 대상일 뿐입니다. A와 친구 사이의 관계는 안타깝게도 이미 본질적으로 상하관계가 형성되어버린 것입니다. 이러한 불균형적인 상호관계는 지속이 되면 될수록 A의 자존감을 저하시킬 것입니다.
건강한 대인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호 존중이 꼭 필요합니다. 한 번 균형이 무너져 위아래가 형성된 관계는 다시 수평을 맞추는 것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A가 이미 친구로서의 가치를 상실한 관계를 끝내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습니다. 과거의 우정은 추억으로 남기고 서로를 존중할 수 있는 다른 건강한 관계에 집중하는 것이 A를 위한 최선의 방법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