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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란 Aug 28. 2021

나는 투어러블메이커다.

머리말

투어러블메이커 (Touroublemaker)


[명사]
여행을 뜻하는 '투어(Tour)'와 말썽을 일으키는 사람인 '트러블메이커(Troublemaker)'의 합성어.


특징 하나, 여행에 서툴러 가는 곳마다 사건·사고를 일으킴.

특징 두울, 즉흥적인 일정이 대부분이다 보니 예상치 못한 상황을 종종 마주함.

특징 세엣, 이상하리만큼 여행 운이 없어서 갖은 곤경에 빠짐.


  나를 지칭하는 말로 이보다 더 적절한 단어가 있을까? 가는 곳마다 늘 문제가 생겨서 이를 수습하느라 바쁘다. 그럼에도 피하거나 도망치지 않고 정면돌파를 택한다. 대부분의 사건들은 처음 가본 그곳이 낯설고 어색하기 때문이지 내가 틀린 것이 아니니까. (물론 내가 잘 알지 못하거나 부족한 사전 준비 때문에 벌어지는 참사도 있기는 하지만.) 제대로 된 영어도 못해 말도 안 통하는 타지에서 더 큰 자유로움을 느끼는 것도 이런 여행자의 마음가짐 덕분이지 않을까? 그렇게 나는 벌써 세계 10개국 이상을 다녀본 프로 여행러가 되었다.


  그렇다고 해도 아직까지는 온갖 서투름이 가득한 여행길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생전 처음이라 두려워 해외여행을 망설이는 누군가가 있다면 나를 보며 자신감과 위안 모두를 얻을 수 있으리라. 나 같은 사람도 세상 곳곳을 누빈다. 심지어 취미 영순위가 여행이다. 우리가 보통 살면서 맞닥뜨리는 대부분의 일들은 '처음'이라는 이름을 지니기 마련이다. 그래서 인간은 항시 실수를 달고 살아가며 각종 문제에 부딪히는 것이다. 어쩌면 그런 일련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모든 과정을 삶이라고 정의할 수도 있지 않을까? 결론적으로 일상에서의 문제들이 모여서 삶을 만들듯, 먼 길을 떠난 타지에서 만나는 문제들이 모여서 여행이 된다.


  이렇듯 삶과 여행은 닮은 구석이 있다. 둘 다 시작의 설렘과 끝의 허무함이 존재한다.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모든 이에게 주어진 삶은 딱 한 번이지만, 여행은 시간과 돈, 체력이 허락하는 한 수없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삶이 생에 단 한 번뿐이라 억울한 사람이 있다면 그 닮은꼴인 여행을 계속해서 떠나라고 권하고 싶다. 이왕이면 매번 다른 모양으로. 이미 내 말에 동의하고 있다면 여행을 다녀온 횟수만큼 삶을 여러 번 살아본 셈이니까.


  우연한 기회에 찾아온 첫 나 홀로 해외여행은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도 여태껏 느껴보지 못한 자유로움을 경험케 했다. 그 뒤로 자유라는 감각이 무엇이었는지 희미해질 때마다 버릇처럼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그리고는 날 옭아맬 거리가 없는 낯선 땅 한복판에서 지난날들을 되짚어보며 스스로에게 물었다. 지금 네 삶이 만족스럽냐고. 그 질문에 수없이 고민하다 보니 어느덧 여행이 곧 내 삶이 되고, 내 삶이 다시 여행이 되었다. 이렇듯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지 여행 속에서 답을 써 내려가는 작가. 가는 곳마다 문제가 아니라 삶을 만들어가는 여행자. 이 글을 따라 나의 삶 속 여러 장면들을 여행할 당신을 안내하는 나는 트러블메이커, 아니 투어러블메이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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