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티카 Aug 12. 2021

소외와 배제에 대한 현대적 서사

매드 연극제 서평 ep.7

글 김요르고스 
사진 이철승



한 자리에 모여
무대에 오르는 이상한 세상 이야기 


온라인 매드연극제 포스터
오프라인 매드연극제 리플렛




 본 시리즈는 2021년 6월 24일부터 6월 26일까지 대학로에서 열린 오프라인 매드연극제의 10편의 연극 공연의 정보와 감상을 전합니다.
 이 글을 읽고 마음이 움직이신다면 2021년 8월 13일부터 8월 15일 온라인 무대에 오르는 아름답지만 이상한 세상 이야기를 제1회 온라인 매드연극제에서 만나주세요. 




2021년 8월 15일 19:20


매드연극제 선정작 

<최후 인간의 몸이 말해볼게 

프랑켄슈타인은 들어>


최후 인간의 몸이 말해볼게 프랑켄슈타인은 들어 공연사진


영미 문학계에서 SF소설의 효시로 일컬어지기도 하는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에는 <혹은 현대의 프로메테우스>(Or the Modern Prometheus)라는 부제가 붙어있습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프로메테우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인간을 창조한 티탄 신의 일족이자 신들의 제왕 제우스로부터 불을 빼앗아 인간에게 준 죄로 영원히 사슬에 묶인 채 독수리에게 간을 파 먹히는 형벌을 받은 것으로 유명하지요. 그런데 왜 셸리는 제목에서 프로메테우스를 사족으로 언급했던 것일까요?





 <프랑켄슈타인>에서 두 주인공 빅터 프랑켄슈타인과 그가 창조해낸 ‘괴물‘의 운명은 분명 프로메테우스의 저주받은 운명과 중첩되는 지점이 있습니다. 작중에서 프랑켄슈타인은 나름의 사명감과 야심으로 당대에 발전하던 과학기술 및 지식을 토대로 하여 인간과 닮은 새로운 생명체를 탄생시킵니다. 

하지만 자신의 결과물에 공포와 혐오를 느끼고 회피하게 됩니다. 그 생명체는 어딜 가든 사람들에게 혐오의 대상이 될 뿐입니다. 아무리 호의와 정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접근해도 그에게 돌아오는 것은 배척과 기피뿐입니다. 사실상 그 자신의 존재 자체가 영구적인 형벌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결국 세상과 사람들을 향한 증오에 사로잡혀 사람들을 해치기 시작합니다. 진짜로 ‘괴물‘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고대 그리스 신화의 프로메테우스와 근대 서구의 프랑켄슈타인. 이 두 이야기는 시대상으로 긴 간격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 두 이야기에는 공통분모가 있습니다. 프로메테우스가 스스로 신적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신에 대한 불경죄로 신의 세계로부터 쫓겨나고 인간계로부터 고립된 것처럼,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역시 자신의 창조자로부터 버려지고 인간계로부터 추방당합니다. 괴물의 창조자인 프랑켄슈타인 역시 비슷한 운명을 

맞이하지요. 이 세 캐릭터는 인류사를 통틀어 존재해온 인간 소외와 고립, 낯선 것에 대한 공포 및 차별이 

문학적으로 형상화된 것은 아니었을까요.





 연극 <최후인간의 몸이 말해볼게 프랑켄슈타인은 들어>는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과 <최후의 인간>의 소재를 빌려 현대로 이어지는 인간 소외와 차별에 직면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프로메테우스의 신화와 

<프랑켄슈타인>의 현대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사회적으로 이분화되고 규정화된 

성의 경계 및 담론에서 배제된 이들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인상적인 것은 이들은 관객들에게 목소리만을 들려줄 뿐 그 모습을 무대 위로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무대 위에 선 배우들도 이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거나 춤을 보여줄 뿐 침묵을 지킵니다. 화자의 얼굴이 보이지 않고 오로지 침묵하고 있는 청자의 모습만이 드러나는 극 중 현실은 많은 사람들이 여러 이유로 

고통받고 소외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호 간 소통과 공감이 단절된 

우리 사회의 현실이 반영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외에 이 연극에서 하나 더 주목할만한 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연극의 미장셴으로 영상을 적극 활용한 점입니다. 영상 속에 나오는 화창한 한낮의 자연경관과 서울 시내의 야경이 연극의 서사와 배우들의 

제스처, 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독특한 미장센도 이 연극의 볼거리 중 하나입니다.





 연극은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괴물‘로 대상화되어온 현실을 꼬집고 있습니다. 이는 성적 소수자들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닐 것입니다. 사실 우리는 막연한 공포와 선입견으로 타인을 ‘괴물‘로 대상화하는 데 익숙합니다. 그리고 아주 가끔은, 우리 자신을 ‘괴물’로 대상화하기도 합니다. 현대적인 계급 구조와 무한경쟁 

이데올로기의 프리즘으로 말입니다. 사실 우리 모두가 현대판 프로메테우스이자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이기도 한 셈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두운 마음을 잊게 한, 당사자들의 마음의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