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드프라이드 유니버스 인터뷰 ep.1
글 이철승
사진 이철승
코로나19는 우리 모두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일상을 바꾸어놓았습니다. 여기에 예술가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김은선 : 저희 같은 예술가들은 불특정 다수를 만나는 직업군이거든요. 그런데 코로나19로 가장 경계해야 할 게 불특정 다수를 만나는 일이라 저희 스스로 위축되고 그런 게 커요.
김은선 님은 ‘거문고자리’의 거문고 연주자입니다. 거문고자리는 김은선 님과 또 한 명의 거문고 연주자인 최예지 님이 함께하지만, 공연에 두 사람만 서는 일은 드문 편입니다. 거문고자리의 중심은 언제나 거문고이지만 해금, 가야금과 같은 다른 국악기는 물론 드럼, 퍼커션, 어쿠스틱 악기, 사운드 디자이너, 그리고 댄서 등이 참여해서 다양한 시도를 보여줍니다. ‘퓨전국악’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고, 굳이 이름을 붙여 규정짓지 않아도 좋겠습니다. 그런데 거문고자리는 어떻게 매드프라이드에서 공연하게 되었을까요?
김은선 : 저뿐만 아니라 모든 예술가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어요. 위로를 받고 싶은 마음에 예술가 심리상담을 찾아보다가 안티카에서 주최하는 매드프라이드에 대해서 알게 되었죠.
매드프라이드는 코로나19를 여전히 지나고 있는 지금 우리에게 더욱 커진 무게감을 지니고 더 많은 이야기를 해줄 것입니다. 코로나19로 드러난 경계, 코로나19 이전부터 존재하던 경계, 그리고 코로나19 이후 우리가 경계를 어떻게 지우고 어떻게 뛰어넘어야 할까요?
김은선 : 마음이 아픈 상황에서 알게 된 매드프라이드였던 샘인데, 마음이 아픈 사람을 구분하는 경계가 떠올랐어요. 궁금한 마음에 더 알아보고 1회 활동 이야기도 찾아보니까 그 취지에 공감이 가는 것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꼭 참여하고 싶었습니다.
연주하고 춤추는 자아
거문고자리는 윤동주와 정지용과 같은 시인의 시에 곡을 붙이기도 하고 사람의 내면을 다룬 곡을 쓰고 공연을 기획하기도 합니다.
김은선 : 이번 매드프라이드에서 공연하는 곡 중 하나가 ‘Ego’인데, 그 제목이 말해 주듯이 사람의 내면에 관한 곡이에요.
김은선 님은 지난해 코로나19가 점점 심각해지고 예술가들의 어려움이 장기화하면서 다른 예술가들은 어떻게 지내나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예술가들을 한 명씩 만나 인터뷰를 하고 곡에 넣기 위해 녹음도 남겼습니다.
김은선 : 솔직히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는 다들 힘들다고, 어렵다고, 그런 이야기만 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긍정적인 반응들이 생각보다 많이 나왔어요.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전혀 다른 시도를 고민해볼 기회가 되었다, 하면서요.
‘Ego’에서는 김은선 님이 만났던 예술가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그중에는 김은선 님의 얘기처럼 어떻게든 이 어려운 시기에서도 유용한 면을 찾으려는 노력도 볼 수 있지만, 어쩔 수 없이 드러나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엿보입니다.
김은선 :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하지만 예술가들이 겪고 있는 고통은 저도 너무 잘 알고 있죠. 저희와 같이 공연예술을 하는 예술가들은 관객을 대면하고 관객의 시선을 바라보며 관객과 호흡하는 과정이 되게 중요해요. 요일마다도 다르고 시간대별로도 다르고, 수십 번을 공연해도 한 번도 같은 관객이 없어요. 무대마다 늘 새로운 교감이 이뤄지니까 거기서 예술가들이 받는 에너지가 상당하거든요
김은선 님은 관객이 꽉 찬 무대에서 공연하는 모습을 잠시 상상이라도 하는 듯 상기된 목소리로 밝은 표정을 지어 보입니다. 그러나 이내 목소리는 풀이 죽고 밝은 표정도 빠르게 사라집니다.
김은선 : 그런데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불가능해졌어요. 예정되었던 공연이 계속 연기되고, 연기되었던 게 또 연기되고, 그러다 결국에는 줄줄이 취소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무기력감이 쌓이고 좌절감은 깊어졌던 것 같아요. 그러다 그게 습관이 되어서 예술가들이 스스로 공연을 포기하게 되고 아예 시도조차 하기도 어려운 마음의 상태가 되어버린 것 같아요.
꺾이는 아픔 사이로 빛나는 별
‘Ego’에는 예술가의 목소리와 더불어 예술가의 몸짓이 더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무대에 직접 서기까지 한 두 댄서의 움직임이 조금 심상치 않습니다.
김은선 : ‘터팅’ 댄스라고 일종의 스트리트 댄스의 하나예요. 이집트 고대 벽화에서 영감을 얻은 것인데 손과 팔을 각을 재듯이 움직이고 튕기고 하는 것이 특징이에요.
절도 있는 터팅 댄스를 보고 있으면 왠지 둥글지 못한 마음의 굴곡이 생각나 아프기도 했다가, 격렬하고 역동적인 움직임에 마음이 시원해지기도 합니다.
김은선 : 인터뷰했던 예술가들의 마음을 손짓 등 안무로 표현한 거예요. 음악과 춤을 통해 아픔을 표현하지만, 사람들에게 힐링을 주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어요.
이를테면 아픔을 밖으로 끄집어내어 치유로 바꿔버리겠다는 포부처럼 들립니다. 그런데 무모한 얘기처럼 들리지 않습니다. 마음을 치유하는 가장 중요한 과정이 공유와 공감일 테니까요. 거문고자리는 여러 예술가와 함께 아픔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준비한 공연을 매드프라이드에서 온라인 관객들과 공유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합니다. 이 모든 과정 자체가 예술가에게도 관객에게도 치유가 되지 않을까요?
김은선 : 코로나19 시대가 되면서 힐링이 더 중요해졌어요. 코로나19 이후 우울증을 겪는 예술가들이 많이 늘어났는데 우리 사회가 우울증에 대해서 편하게 말할 수 있는 문화가 아니잖아요. 내가 우울증을 겪고 있다, 이 말을 하는 순간 어떤 경계 밖으로 넘어가는 듯한 느낌이 있어요. 그러면 그 경계를 사이에 두고 거리감을 두거나 심하면 낙오자로 밀쳐버리기도 하죠.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듯이, 마음이 아파도 병원에 가야 하는 것이 맞잖아요. 몸이 아픈 사람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듯이 마음이 아픈 사람에게도 따뜻한 말을 건네주었으면 좋겠어요.
밤하늘에 빛나는 별자리처럼 거문고자리 예술가들은 어둠 사이에서 빛을 발하고 싶어 합니다. 거문고자리의 공연을 보며 경계를 허물고 치유를 구하고 싶은 밤입니다.
제 3회 매드프라이드가 온라인 가상 공간 게더타운에서 개최 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2021 매드프라이드 유니버스
일시 : 2021년 10월 10일
장소 : 매드프라이드 게더타운
매드프라이드 공식 홈페이지 : https://ffa.co.kr/madpride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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