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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티카 Jul 28. 2021

코로나-19 사태로 성찰한 현대인의 자화상

매드연극제 서평 ep.3

글 김요르고스 
사진 이철승




한 자리에 모여
무대에 오르는 이상한 세상 이야기 


온라인 매드연극제 포스터
오프라인 매드연극제 리플렛




 본 시리즈는 2021년 6월 24일부터 6월 26일까지 대학로에서 열린 오프라인 매드연극제의 10편의 연극 공연의 정보와 감상을 전합니다.
 이 글을 읽고 마음이 움직이신다면 2021년 8월 13일부터 8월 15일 온라인 무대에 오르는 아름답지만 이상한 세상 이야기를 제 1회 온라인 매드연극제에서 만나주세요. 




2021년 8월 13일 19:30


매드연극제 선정작 <모든 사람은 아프다>


모든 사람은 아프다 공연사진


코로나-19의 장기화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피로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사실 인류사를 통틀어 전염병은 시대의 전환기마다 존재해왔으며, 근대 이후 역사로 국한해서 보더라도 코로나-19보다 훨씬 더 치명적인 역병은많았습니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가 현재 진행중인 지금, 현대 의학과 의료 체계, 위생 의식은 

각종 전염병이 창궐했던 전근대와 근대에 비해 훨씬 발달되어 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가 현대인들에게 미치는 사회심리적 여파는 과거의 여타 전염병으로 인한 여파보다 더 큰 것 같습니다. 이는 역설적으로 현대 사회가 과거보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진 것에 상당 부분 기인합니다. 21세기 이래로 각종 소비, 오락, 문화, 사회경제 활동의 영역이 다변화되어왔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큰 폭으로 축소된 것입니다. 현재 우리 현대 한국인들은 군사정권이 무너진 이래로 유래없는 규모로 

생활 반경의 축소를 경험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무기력감과 고립감,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또 ‘나’ 혹은 ‘우리’와 다른 이들에 대한 불신과 공포, 혐오의 심리가 공공연하게 퍼지고 있습니다. 한국인들을 포함하여 동아시아인들에 대한 인종주의적 범죄 뉴스도 세계 곳곳으로부터 종종 들려옵니다. 어쩌면 이러한 모습들은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현대 문명의 이기에 가려져왔던 

병리적 요인들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연극 <모든 사람은 아프다>는 현대인들에게서 종종 나타나는 병리적인 현상을 수수께끼같은 은유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연극은 고통받는 인간군상을 제시하는데, 이들이 극중에서 무엇때문에 이리도 고통스러워 하는지에 대해 그 어떤 구체적인 단서도 관객들에게 제공하지 않습니다. 서로 분리된 듯한 4개의 이야기와 시인의 시 낭송, 실시간 바이올린 연주는 말로 표현할 수 없고 타인과 나눌 수도 없는 아픔이라는 주제 하에서 

서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난해한 스토리텔링과 현대 대중문화콘텐츠에서는 다소 낯선 마임이라는 소재로 인해 관객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습니다. 게다가 무대 장치 및 소품도 최소한으로 이루어져 있어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극의 흐름을 파악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본 연극은 침묵과 난해하고 이해하기 힘든 넋두리와 몸짓, 실시간 바이올린 연주를 통해 관객들에게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깁니다. 또한 직접적인 메시지와 대사를 통해 관객들로부터 억지로 공감을 이끌어내거나 특정한 주제 의식을 주입시키는 대신 독백과 침묵, 시 낭송, 불협화음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자연스럽게 캐릭터성을 살리는 동시에 연극의 주제 의식을 점진적으로 드러냅니다. 


어쩌면 극중에서 묘사되는 것처럼 논리적으로 표현할 수 없고 타인과 나눌 수 없는 고통의 무게야 말로 

현대 사회에 나타나는 여러 사회병리적 증상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자 설명일 수도 있습니다.



 연극의 제목이 암시하는 것처럼 우리 모두 말하지 못할 심리적인 취약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그 취약점이 어떤 방식으로 발현되는지에 대한 차이가 있을 뿐이지요. 그럼에도 우리는 타인의 아픔을 이해하고 공감하려 노력하기보다도 각자의 색안경을 끼고 타인을 재단하고 경계하는 데 익숙합니다. 그리고 때로는 심지어 혐오하기까지 합니다. 이같은 불신과 공포의 정서야 말로 어쩌면 가장 무서운 병리적 현상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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