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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A May 02. 2021

행복의 조건: 행복에 관한 말 찾기

삶과 말


일기를 쓰거나 편지를 쓸 때, 내 손은 잠시 어느 마치지 못한 문장 어딘가에서 방황할 때가 있다. 나의 마음 혹은 경험을 더 정확히 표현하기 위한 단어를 찾기 위해서다. 그때 쓰려는 말(단어)은, 무형의 개념이 아니라 선명하게 존재하는, 만질 수 있는 물질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실재하지만 아직 가지지 못한, 그러나 반드시 있다고 믿어지는 어떤 것. 그것을 찾아야만 나는 나의 삶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힌다. 이 명제의 역도 성립하는 것 같다. 즉, 어떤 말을 알고 할 수 있다는 것은, 내가 그 단어를 이해할만한 삶을 산다는 방증일테다.



이상화된 행복


책 <행복을 부르는 지구 언어>를 보고 싶었던 이유는 위와 같은 경험 때문이다. 말이 사는 방식과 긴밀한 관련이 있다면, 행복에 관한 말을 다채롭게 배우게 된다면 어떨까? 그렇다면 이전보다 나의 삶을 행복으로 가꿀 수 있는 기회가 열리지 않을까? 


행복이란 개념은 나에게 너무 낭만적이기만 해서, 추구하고 싶지 않은 가치에 가깝다고 생각한 적이 더 많다. 바라면 바랄수록 멀어지는 얄궂은 운명처럼. 


어떤 사람은 내가 행복이란 개념을 너무 이상화해서 그럴 수도 있다는 반론을 내놓기도 했다. 동의할 수 있었다. ‘인생’이란 개념에 희로애락이 다 포함돼있는 것처럼, 어쩌면 행복에도 여러 면면이 있는데 너무 일면만 생각한 나머지 행복을 미워하게 된 것인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행복을 말하는 방법




프라스토르: 지평선을 보며 영혼을 채우다 

러시아 사람들은 선조의 방랑벽을 물려받아서인지 종종 드넓은 공간에서 커다란 기쁨을 맛본다. 광활한 환경을 마주할 수 있는 곳을 꼽으라면 러시아만 한 곳도 없으리라. 서정적인 러시아어이자 다른 슬라브계 언어에서도 쓰이는 프라스토르는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을 마주한 순간 영혼을 뒤흔드는 듯한 감각을 정확히 짚어낸다. (29)


우기-워드간: 마음에 먹이를 주는 일

행복이란 개념은 여러 문화권에서 복잡한 형태로 나타난다. 다양성을 받아들이면 특정한 단어나 어구의 미묘한 의미에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뉘앙스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149)


다양한 표현이 여러 나라의 언어로 소개되어 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재미 요소다. 각 나라의 지형을 비롯한 문화에 따라 탄생한 언어의 특성을 다채롭게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나라 사람만이 알 수 있을 감각이 담긴 어떤 단어에 관한 설명은, 한국에서만 나고 자란 내가 짐작하기도 어려운 느낌이 들었다. 다만 행복이란 그만큼, 내가 발 딛고 선 땅과 삶을 섬세하게 느끼고 표현하려 노력할수록 가까이 경험할 수 있다는 의미이지 않을까 짐작할 수 있었다.


파삼: 영혼으로 묶인 관계

깊은 애정으로 묶인 관계를 뜻하는 타밀어 파삼은 산스크리트어로 '밧줄'을 뜻하는 파삼에서 유래되었다. … 파삼은 연인 관계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훨씬 더 많은 관계에서 폭넓은 의미로 쓰인다. (76)


기길: 숨이 막힐 듯 꽉 껴안기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보았으리라. 사랑스러운 강아지가 가게 밖에 얌전히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면 갑자기 강아지를 낚아채서 꼭 안고 절대 놔주고 싶지 않은 감정 말이다. … 기길한 경험은 종종 신나고, 귀엽고, 매력적이어서 자제력을 잃게 된다. (78)


한글로는 문장으로 엮어야 하는 의미를 그대로 담아낸 단어가 먼 나라에서나마 있다는 사실은, 그만큼 우리는 더 다양한 방식으로, 좋은 것들을 계속해서 말해야 한다는 비유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어딘가에서는 조금 더 영적으로, 어딘가에서는 조금 더 이성적으로, 혹은 운명적으로. 각기 다른 관점에서, 그러나 이해할 수 있는 의미가 특정 단어로 말해지고 있다는 건 행복의 가능성을 더욱 열어두는 인간의 신비다.


*


이 책은 행복을 '불러오는' 언어를 다섯가지 카테고리로 분류하고 있다. 


• 집과 환경 내가 머무르는 장소에서 느끼는 만족감 

• 공동체와 인간관계 – 함께여서 더 좋은 우리 

• 성품과 영혼 – 좋은 사람이 된다는 것

• 기쁨과 영적 깨달음  – 우리가 경험하는 감정의 최고봉 

• 균형과 평온 – 활기찬 움직임과 고요한 휴식 사이


집, 환경, 장소의 만족감, 공동체, 관계, 함께, 우리, 성품, 영혼, 좋은 사람, 기쁨, 감정의 최고봉, 균형, 평온, 고요, 휴식 등. 행복을 말하기 위해 우리는 행복이 무엇인지 정의하기보다, 행복으로 가는 길목에 있을 구체적인 환경과 경험, 목적 등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삶을 실제적으로 가까이 느끼고, 자신의 감정과 상태를 직시하고 표현하려 노력해야 한다.


행복의 실체를 파악하고 삶의 영역으로 불러오는 방법은 행복 자체에 대해 논증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지금 여기서부터' 행복과 맞닿아 있을 요소들을 하나씩 짚어보고 말해보는 것이다.




<책 소개>
   

우리는 남보다 행복한 삶을 원한다. 이는 고대부터 지금까지 인류의 모든 사회를 지배해온 기본적인 주제이자 공통된 욕구로서 세상의 수많은 언어로 무수한 해석을 탄생시켰다. 하지만 문화권이 다양한 만큼 구체적으로 무엇을 통해서 행복을 느끼는지 나라와 민족마다 각기 다르게 나타난다.
 

행복은 지극히 상대적일 수 있다. 동틀녘 침대에서 빠져나와 깨어나는 자연을 맞이하면서 행복을 느끼기도 하고, 남을 먼저 배려하고 행동할 때 가장 자신답다고 생각하거나, 사랑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고 대화를 나눌 때가 가장 만족스러운 순간으로 기억되기도 한다. 또한 행동을 절제하고 열심히 노력해서 목표를 이뤘을 때 가장 뿌듯하기도 하고 모진 시련과 위기가 닥쳤을 때 이를 극복하는 뚝심과 의지력을 통해서 행복을 발견하기도 한다. 


<행복을 부르는 지구 언어>는 이러한 문화의 경계를 넘어 다양한 색조의 행복을 그려내는 전 세계의 50가지 단어들을 소개한다. 이 책의 저자는 200여 개 국가와 셀 수 없이 많은 민족이 사용하는 수천 가지의 언어와 방언 중에서 서로 다른 유형의 행복을 보여주는 단어들을 신중하게 선택했다. 지구촌 사람들이 하나로 연결되면서 세상 구석구석에 숨은 '행복을 부르는' 단어에 전에 없는 관심이 쏠리고 있다. 


행복한 공동체를 하나로 이어주는 힘은 여러 세대를 거쳐 다양한 문화의 이야기를 통해 면면히 이어져 내려왔다. 이제 사회적, 신체적, 감정적으로 공유된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에서 소개하는 각각의 단어들을 하나로 연결해보면 우리가 그토록 궁금해하는 행복한 삶의 비밀을 발견할 수 있다. 행복을 찾는 위대한 여정에서 우리가 길을 잃고 헤맬 때 이 책은 작은 나침반 역할을 자처하며 또 다른 행복의 세계로 인도해 줄 것이다. 



<출판사 서평>


집과 환경 - 내가 머무르는 장소에서 느끼는 만족감

집이라고 하면 보통 사적이고 안전하며 익숙한 공간이 떠오르지만, 세계 각국의 다양한 언어를 살펴보면 집에는 그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 다양한 환경, 심지어 험하고 외진 곳일지라도 자신이 사는 집에서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가을 숲속을 거닐 때 발밑에서 바스락대는 낙엽은 '집에 돌아온' 듯한 마음의 평온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탁 트인 평야에서 자유를 만끽할 때 마음이 편안해지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일치감은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 깊은 유대감을 통해서 전 세계 사람들이 공통으로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하와이 사람들에게 땅은 무엇보다도 소중한 환경인 아이나ĀINA로 기억되며 뉴질랜드의 마오리족에게 투랑아와이와이TŪRANGAWAEWAE는 가장 편안한 곳에서 느끼는 힘이 되고, 독일인에게 발타인잠카이트WALDEINSAMKEIT는 숲의 특별하고 장엄한 침묵 속에서 고독과 마주하며 자신을 되찾는 시간이다.


공동체와 인간관계 - 함께여서 더 좋은 우리


삶의 가장 행복한 순간은 혼자가 아니라 친구와 가족을 비롯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할 때 찾아온다. 인간은 삶에서 가장 좋은 순간을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 싶어 한다. 저녁 식탁에 둘러앉아서, 또는 금요일 밤 선술집에서 함께 웃고 이야기한다. 누군가와 함께 사랑하고 결혼식, 명절, 축제나 공연 같은 특별한 자리에서 삶의 가장 값진 기적을 함께 누린다. 앞으로는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는 생각으로 우분투Ubuntu 정신으로 무장하고 서로를 진정으로 이해하려는 페어슈테엔Verstehen 철학을 실천하면서 분열 보다는 연합으로 우리를 갈라놓는 요소보다는 함께 묶어주는 특별한 파삼பாசம்ु에 초점을 맞춰보자.
 

성품과 영혼 - 좋은 사람이 된다는 것


우리는 잘 살기 위해서 여러 가지 방법을 궁리한다. 그중 중요한 한 가지는 좋은 성품을 가꾸는 것이다. 사람들은 판에 박힌 피상적인 행복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세계의 수많은 언어에서도 이처럼 가장 긍정적인 모습으로 자신을 가꾸는 방법에 관한 단어를 찾을 수 있다. 진정한 행복은 결국 끈기를 가지고 역경을 헤쳐나갔을 때 얻을 수 있는 시수Sisu같은 자세가 필요하며, 내면의 자아와 긴밀하게 연결하는 아트만आत्मन्을 통해 진짜 자신을 만날 수도 있다.


좋은 성품을 갖는다는 것은 결국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인정받는 것이다. 이타적인 태도와 남을 배려하는 훌라훌FLAITHIÚIL한 행동을 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자신답다고 느끼게 되고 그만큼 더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기쁨과 영적 깨달음 - 우리가 경험하는 감정의 최고봉


인생 최고의 순간, 한껏 들뜬 마음과 유쾌함, 신비로운 경외감을 표현하는 수많은 단어와 삶의 방식이 있다. 영적으로 설명하든 좀 더 세속적인 단어를 쓰든 간에 더없이 큰 영향을 미치는 특별한 순간은 살면서 손에 꼽을 만큼도 안 될지 모르지만 그렇기에 더욱 기적같이 느껴진다. 환희에 찬 순간은 삶의 궤적을 완전히 새롭게 만들고 행복하게 바꿔놓는다. 그런 순간이 없다면 진정으로 행복한 삶이라고 하기 어렵다.


실없고 유쾌한 것부터 진지하고 심오한 것까지 기쁨의 종류는 다양하다. 긍정적인 우연을 따르는 세렌디피티Serendipity를 기꺼이 받아들이며 가끔은 엉뚱한 생각으로 진지한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 윔지Wimsy한 태도도 필요하고 한편으로는 명상으로 영적 깨달음을 통해 스스로를 엄격하게 관리하는 무라카바مراقبة의 자기 수련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균형과 평온 - 활기찬 움직임과 고요한 휴식 사이


인간의 삶에도 들어왔다가 빠지고, 찼다가 기울고, 피었다가 지는 주기가 있다. 감정적 삶에 즐거움과 행복이라는 산봉우리가 있다면 골짜기도 존재할 수밖에 없다.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유지하려면 활기찬 움직임과 고요한 휴식 사이의 절묘한 균형이 반드시 필요하다. 두 가지 사이에서 평형을 유지하는 것을 흔히 균형 잡힌 삶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런 균형을 해석하는 방식은 경험으로 이루어지는 복잡하고 다양한 모자이크와도 같다. 이러한 균형은 딱 그만큼만으로 좋은 라곰LAGOM을 실천하고 삶을 주어진 상태 그대로 받아들이는 아요르나맛AJURNAMAT의 자세를 유지하면서 케이프KEYIF를 통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잠시 멈추어보는 시간도 필요하다.










행복을 부르는 지구 언어

- 조금 특별한 진짜 행복을 만나다 -  

원제 : The Happiness Passport 

지은이 : 메건 헤이즈 

옮긴이 : 최다인 

출판사 : 애플북스 

분야

교양인문 

규격

140*200mm 

쪽 수 : 192쪽 

발행일

2021년 04월 07일 

정가 : 15,800원 

ISBN

979-11-90147-57-6 (03300)


저역자 소개

메건 헤이즈 Megan C Hayze

행복심리학을 연구한 학자이자 삶에 대한 낙관론자이며 최고 강점은 호기심이다. 전 세계의 다양한 단어들이 어떻게 행복을 창조하는지에 대한 깊은 관심을 바탕으로 글쓰기와 정체성 그리고 행복 사이의 연관성을 탐구하여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정신 건강을 위해 일기 쓰기와 열정을 나누고 있다.


현재 포지티브 저널 Positive Journal®을 통해 개인의 글과 긍정심리학을 결합한 온라인 자기계발 도구를 개발하여 운영 중이다. 전 세계를 자신의 집이라 부르는 저자는 행복한 방랑자의 모습으로 항상 차를 마시며 책 다섯 권을 한꺼번에 읽는 습관이 있다. 저서로는 《우연을 부르는 지구 언어 The Serendipity Passport》, 《나를 행복하게 하는 글쓰기 Write Yourself Happy》 등이 있다.
 

최다인
 

연세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UI 디자이너로 일하다 글밥 아카데미를 수료한 후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미드 센추리 모던》, 《페일링 업》, 《대학의 배신》, 《엄마 내 마음을 읽어주세요》, 《아이의 감정이 우선입니다》, 《말이 아이의 운명을 결정한다》, 《행복한 가족의 집》, 《킨포크》, 《아이는 자유로 울 때 자라난다》, 《사랑은 어떻게 예술이 되는가》, 《지식의 탄생 (공역)》 등이 있다.






**이 리뷰는 문화예술플랫폼 아트인사이트(https://www.artinsight.co.kr/)의 문화초대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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