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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단 Jun 06. 2021

속사정

속근육 건강을 위하여

"회원 님, 계속 이상태로 가다간 제 나이쯤 되면 죽어요"


내 삶도 언젠간 종착역에 도달함을 알고 있지만 이렇게 예기지 못 한 장소에서 시한부 선고를 받을 줄이야. 1년 넘게 미루고 미루던 PT 상담을 위해 헬스장을 찾은 날 트레이너는 작심한 듯 독설을 쏟아냈다.


"여기 인바디 결과 보이시죠? 이 숫자들 중 그나마 정상에 가까운 건 체중 하나밖에 없네요. 일반인이 1층이라고 하면 회원님은 지금 지하 6층쯤에 계신 거라고요."


아, 어쩐지 요즘 내 삶이 왠지 모르게 꿉꿉하고 스산하더라니. 1년 6개월 전, 코로나로 인해 회사 헬스장이 문을 닫으면서 내 운동 시계도 멈춰 버렸다. 지금껏 이런저런 핑계로 운동을 피해왔지만 최근 몇 주간 지속된 근육통은 그 어떤 동기부여도 쉽사리 해내지 못한 일을 이뤄냈다. 일상을 잠식하기 시작한 이 통증은 왼쪽 어깻죽지에서 시작해 옆구리를 타고 내려왔다. 팔이 저리고 어깨가 쑤시고 근육이 갑자기 툭툭 튀기도 했다. 평소처럼 시간 좀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했는데 웬걸 이번엔 갈수록 통증의 방사 범위와 강도가 모두 심해졌다.


 처음엔 은근히 뻐근하고 결리는 느낌에서 시작했다. 하루 10시간 이상 같은 자세로 일하는 사무직들이 으레 한 번은 느껴봤을 그런 고통. 틈틈이 마사지와 스트레칭을 하고 앉은 자세를 바꿔봐도 통증은 어김없이 다시 찾아왔다. 피부 아래 깊은 곳에서부터 욱신거림이 느껴지는데 켜켜이 쌓인 근육 중 뭉친 부위를 짚어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주변 동료들에게 물어봐도


"너도 이제 나이 먹어서 그래."

"스트레스받아서 그럴 거야. 마사지받고 푹 쉬어"


와 같은 익숙한 대답이 돌아왔다. 운동 부족인가 싶어 PT도 받아봤지만 혼나기만 할 뿐 큰 차도가 없어 생전 처음 마취통증 의원을 찾았다.


 진찰을 받고 엑스레이를 찍었다. 의사 선생님은 적나라한 내 늑골과 요추, 흉추를 바라보다 늑간 신경통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척추엔 이상이 없다며 신경 차단술 (처음 들었을 때 굉장히 두려웠다)과 진통, 소염제를 처방했다. 신경 차단술은 통증 주변 신경에 치료 약물을 주입하는 시술인데 엎드려 있어 잘 보지는 못 했지만 신경을 향하는 바늘 끝은 상당히 뜨끔했다. 병원 문을 나서며 문뜩 이런 치료와 약물은 결국 아프다고 신호를 보내는 몸의 목소리를 차단하고 무시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언짢았다.


 통증의 진짜 원인을 찾아야 했다. 처방보단 예방이 나으니까. 근육에 대해 조사하다 속근육이란 친구를 알게 됐다. 이 친구는 몸 가장 안쪽에 위치해 뼈와 관절을 잡고 조정한다. 속근육에 대해 알수록 요 몇 달간 느꼈던 통증들도 속근육 운동을 통해 완화시킬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코어 근육을 포함해 많은 속근육이 있지만 내가 주의 깊게 본 녀석은 전거근과 극하근이다.


속근육과 겉근육

 전거근은 어깨 뼈과 갈비뼈 사이에 부채처럼 펼쳐져 가슴 외측벽을 덮는 근육인데 경직되면 옆구리를 결리게 한다. 극하근은 등 쪽 어깨뼈 밑에 붙어있는 삼각형 모양 근육으로 손상되면 어깻죽지에 방사통이 생기고 팔을 따라 손가락까지 퍼지기도 한다. 이러한 통증은 모두 최근에 내가 겪고 있는 것이었다! 속근육을 뭉치게 하거나 손상시키는 동작을 살펴보다 최근 생긴 잠버릇인 팔을 위쪽으로 뻗고 자는 자세가 이 근육들에 무리를 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순간의 편안함을 위해 큰 비용을 지불하고 있던 것이다.


 잠자는 자세를 교정하고, 매일 양치하듯 10 분씩 속근육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섬세하고 강도 낮은 속 근육 스트레칭은 몸을 깨워 주기에 자연스럽게 조깅이나 겉 근육 운동으로 이어지는 날이 많아졌다. 이제 몇 주 전에 비하면 한 결 가벼워진 등과 어깨가 느껴진다. 통증 없이 지나가는 어찌 보면 당연했던 하루가 이렇게 큰 행복을 선사할 줄이야. 기왕 시작했으니 직장인 3종 세트 ㄱㄱㄱ (거북목, 굽은 등, 골반 불균형) 교정까지 도전해 볼 생각이다. 달을 향해 나아가다 보면 별들 사이엔 있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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