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와의 시간
사람과 관계맺는건 언제나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누군가 소중한 존재가 되고 뗄 수 없는 관계가 되는 일은 더더욱 쉽지 않다. 관계는 늘 나를 버겁게 했다. 한때는 사랑에 대한 욕구, 외로움이라는 감정도 숨기고 혼자 살고 싶었다. 그러다 제주도에서 남자친구를 만나 거의 3년 가까이 연애를 했다. 처음으로 결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조금 변해보고 싶었다. 우리 관계를 망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싶었다. 타인을 ‘오해하지 않기로. 판단하지 않기로’ 결심을 했다. 매일 내 감정을 들여다보며 몸과 마음을 수련했다. 그런데 단 한 순간의 수치심으로 걷잡을 수 없게 감정이 올라왔다. 그동안 회피해왔던 내면의 문제들이 한꺼번에 터지나보다. 불안과 회피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나는 공포회피형(혼란애착)이라고 한다. 사랑받고 싶은 마음과 사랑받는게 너무 무서운 마음을 가졌다.
오늘 라디오에서 노래를 들었다.
아이유의 <스물셋> 가사 중에
“당신 맘에 들고 싶어요”라는 가사가 기억에 남는다.
이제 나는 서른 셋이다. 저 가사의 여주인공과는 조금 달라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서른셋>도 별반 다르지 않다. 남자친구를 많이 좋아했다. 그의 마음에 들고 싶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것보다 그의 마음에 드는 게 더 중요했다. 내가 먹고싶은 거, 내가 살고싶은 지역, 내가 꿈꾸는 여행, 내가 꿈꾸는 값비싼 가방은 자꾸 숨겨야 했다. 감시받고 평가받는 기분에 그런 욕망을 가지고 있는 나를 부정한다. 내가 어디서 즐거움을 얻는지, 어디서 신이 나는지 자꾸 잊어버리게 된다. 지금 보니 이 모든 이유는 사랑받고 싶어서였다. 그 사람이 내가 원하는 사랑을 주지 않아도 괜찮았다. 사랑받고 싶은 내 마음은 부정하고 네 마음만 보았다. 좋다고 좋다고만 하며 나에게 해로운 걸 끊어내지 못했다. 상대방이 나에게 실망할까봐, 그가 나를 떠날까봐 무서워웠다. 무서워서 계속 그 상황에 들어갔고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의 마음에 들기 위해, 그에게 사랑받기 위해 애썼다. 내가 나를 학대하는 상황이나 다름없었다. 나를 누르다보니 엉뚱하게 화로 터져버린 마음이 있었다. 나는 그를 많이 미워했다. 하지만 나를 학대했던 건 그가 아니다.
사실 나는 여전히 당신이 좋다. 그러나 나는 이번에 우리 말고 ‘나’에게 가능성을 두려고 한다. 나는 자유로워지고 싶다. 나를 보호하고 나를 선택하는건 나쁜게 아니다. 나를 지키기 위한 선택이다. 나약한 인간이라는 나의 한계를 받아들인다. 사랑받고 싶어서 애썼던 나를 받아들인다.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내 실수를 감싸 안아주지 못할 사람이라면 그냥 두기로 한다.
소중한 관계를 망친 거 같아서 슬프지만.. 오늘의 나는 관계에서 빠져나오는 것을 무서워하지 않기로 했다. 충분히 슬퍼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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