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라춤을 추며 배우는 하와이어
매주 금요일은 훌라춤을 배우는 날이다. 일주일 내내 기다리는 날. 수업을 들으러 가면 훌라스커트(파우)랑 꽃핀(코코)을 꽂는다. 오늘은 파란색 파우를 골랐다. 치마를 입고 머리핀을 꽂는 것만으로도 내 기분은 이미 하와이에 있는 듯 하다. 준비운동을 끝내고 훌라 음악이 흘러나오면 특유의 리듬에 기분좋은 미소가 번진다. A song of hawai’i 곡을 췄다. 훌라춤 수업에서는 원래 이론 수업 없이 춤동작을 따라하며 한 소절씩 가사와 동작을 배운다. 그런데 오늘은 특별히 베이직 손동작과 스텝에 대한 용어를 배우는 시간이 있었다. 잠시 음악을 멈추고 우리는 자리에 앉았다. 종이 한 장에는 훌라 베이직스텝, 그리고 다른 한 장에는 손동작에 대한 단어가 26개 들어있었다. 종이 위에 적힌 단어들을 하나씩 살펴보았다.
‘kaholo’, ‘hela’, ‘huli kaholo’
선생님은 카홀로, 헬라, 훌리카홀로 라며 우리가 그동안 자주 했던 스텝을 설명해주셨다. 말로만 듣던 카홀로, 헬라를 종이 위에서 보니 ‘아하, 이렇게 생긴 단어였구나! 뭔가 반가웠다.
종이 위에 쓰여진 단어들은 하와이어였다. 생긴건 알파벳처럼 생겼지만 새로운 발음기호들이 있어 읽는 방법이 새로웠다. ‘ukulele 우쿨렐레 앞에는 점이 하나 찍혀있는데 끊어서 된소리로 읽는 발음이라고 했다. 바다를 의미하는 kai 앞에는 항상 ke라는 관사가 붙어서 ke kai(케카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꽃을 단수형, 복수형으로 말할 때에는 ka pua(카푸아), na pua(나푸아) 라고 붙여준다.
무지개를 뜻하는 anueanue(아노아노), 비를 뜻하는 ua(우아), 바람을 뜻하는 ka makani(카마카니).. 단어 26개를 배우면서 소리를 듣고 손동작을 따라해본다. 종이 위에 어떻게 읽는지, 어떤 뜻인지 적어본다. 이상하다. 그동안 들어본 적도 본 적도 없는 하와이어인데.. 처음 배워보는 언어에 갑자기 마음이 설렌다. 하와이 토착민들이 사용하는 특이한 발음기호, 낯선 소리와 철자들. 너무 아름답고 멋져보인다. 내 손엔 단지 두 장의 단어들만 보일 뿐인데 하와이라는 섬이 더 친숙하게 느껴진다. 이 곳에서 쓰이는 언어는 어떤 문화적 특징을 가진 언어일지 완벽하게 공부하고 완벽하게 알고싶었다. 새로움과 두려움, 잘하고 싶은 마음까지 든다. 갑자기 커다란 궁금증이 생겨서일까 머리가 띵하게 아픈걸 느낀다. 커다란 끌림이다.
새로운 언어는 새로운 세상을 발견하는 기쁨이다. 내가 모르던 세상이 있다는걸 작은 단서로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이미 우리와 다른 문화, 다른 언어를 쓰고있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걸 알 수 있다. 그 곳은 어떤 곳일까? 머릿속으로 상상을 해본다. 그리고 언젠가 꼭 가보리라 마음속으로 다짐을 한다. 의도치않게 새로운 언어를 마주하고서 내가 다른 언어를 섭렵하고 싶어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섭렵하다는 많은 책을 널리 읽거나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경험하다. 물을 건너 찾아다닌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나는 소리와 문자 뒤에 있는 그 사람들의 삶이 궁금하다. 무엇을 먹고 어떤 하루를 보내며 어떤 사회생활을 하는지 작은 것들까지 말이다. 내가 모르는 미지의 세계가 있다는 사실이, 내 평생 공부해도 모자랄 만큼의 거대한 역사와 문화가 있다는 사실이 너무 설렌다. 나는 언어를 공부하는 걸로 새로운 탐험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