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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자연스러움

책을 내려두고 고개를 들어보자

by 조이제주




영어는 어떻게 배우는 것인가


대학교 1학년 때 우리 과 수업은 좀 이상했다.

영어통번역학과라고 나는 나름 각오를 크게 하고 첫 수업에 갔는데 웬걸.

교재는 필요 없다고 한다.

교재 없이 커리큘럼은 있단다.


정말 빈 가방으로 매 시간 수업에 가는건가?

이상했지만 빈 가방으로 강의실로 갔다.



뭘 배우는걸까.

나는 뭘 배우고 있는걸까.

내가 학교에 잘 다니고 있는게 맞는가?


1학년 1학기부터 대혼란이었다.

내가 혼란을 크게 느꼈던 이유는

무언가 배울 때 책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 당연하게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책장을 더 많이 넘기고 진도를 나가면

머릿속으로 오늘 많이 배웠네

하며 뿌듯해하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영어 토론 수업, 영어 시사이슈 수업

책 없이 강의실에서

교수님 얼굴, 친구들의 얼굴을 보며 토론을 하던 장면은

나에게 참 인상적이고 당황스러웠다.












10년이 넘게 지나고 보니

그때 내가 한참을 걸려 온 몸으로 배운 건

영어를 듣고 말하는 감각이 아닐까 싶다



영어로 누군가 대화하는 모습을 보면

미간이 찌푸려져 있거나 잔뜩 긴장해 있지 않다.

고개를 들어 상대방을 보고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다.

릴렉스한 상태다.


몸을 뒤로 젖히고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영어를 말하기 전에

우리는 가벼운 마음으로 듣는 자세가 필요하다


무엇을 말해야할지 모르다면

그냥 그 상황에 맡기는 것

그저 듣고 반응하는 것부터

그렇게 책에서 눈을 떼고 손을 떼 보는 거다





단어를 읽기 위해 분해하고 익히고 외우는

꼼꼼함이 필요한 때가 있고

이완의 감각이 필요할 때가 있다


영어의 리듬, 감각을 익힐 때가 그렇다

영어로 누가 말을 걸기만 해도 두렵지만

영어로 일단 들어보자.



책이 없어도 괜찮다
소리를 듣고 리듬을 느껴보자
그렇게 영어로 자연스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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