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손을 비우고 머리와 마음을 비우기
영어는 어떻게 배우는 것인가
대학교 1학년 때 우리 과 수업은 좀 이상했다.
영어통번역학과라고 나는 나름 각오를 크게 하고 첫 수업에 갔는데 웬걸.
교재는 필요 없다고 한다.
교재 없이 커리큘럼은 있단다.
정말 빈 가방으로 매 시간 수업에 가는건가?
이상했지만 빈 가방으로 강의실로 갔다.
뭘 배우는걸까.
나는 뭘 배우고 있는걸까.
내가 학교에 잘 다니고 있는게 맞는가?
1학년 1학기부터 대혼란이었다.
내가 혼란을 크게 느꼈던 이유는
무언가 배울 때 책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 당연하게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책장을 더 많이 넘기고 진도를 나가면
머릿속으로 오늘 많이 배웠네
하며 뿌듯해하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영어 토론 수업, 영어 시사이슈 수업
책 없이 강의실에서
교수님 얼굴, 친구들의 얼굴을 보며 토론을 하던 장면은
나에게 참 인상적이고 당황스러웠다.
10년이 넘게 지나고 보니
그때 내가 한참을 걸려 온 몸으로 배운 건
영어를 듣고 말하는 감각이 아닐까 싶다
영어를 말하기 전에
우리는 가벼운 마음으로 듣는 자세가 필요하다
무엇을 말해야할지 모르는 채
정답이 없는 상황에 놓여서
듣고 반응하는 것부터
그렇게 책에서 눈을 떼고 손을 떼 보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