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참여소득이 자리 잡은 2036년

by 바담풍



김서준의 하루는 어떤 모습일까?


오전 9시. 김서준(35세)은 일어나 AI 비서에게 오늘 일정을 확인한다. 주 4일, 하루 4시간만 일하는 그의 주된 업무는 AI 시스템의 윤리적 판단을 검토하는 일이다. 기본소득 월 100만 원과 노동 소득 150만 원. 빠듯하지만 그런대로 생활이 가능하다. (금액은 현재 물가로 계산했다. 나는 2036년의 물가를 모른다.)


오후 2시. 근무를 마친 그는 일주일에 한 번 있는 오프라인 토론회에 참석한다. 온라인도 있지만 직접 얼굴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더 좋다. 오늘의 주제는 "유전자 편집 기술의 의료 적용 범위"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10여 명의 시민이 모여 2시간 동안 깊이 있는 토론을 펼친다. 참여자 중에는 보수 성향의 60대 의사도 있고, 진보 성향의 20대 생명윤리 활동가도 있다. 2시간 동안 전문가 강연을 듣고, 소그룹 토의를 하고, 서로의 입장을 경청하고 질문하며 생각을 나눈다. 이 참여로 그는 10만 원(물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의 토론 참여소득을 받는다.


오후 5시. 그는 동네 커뮤니티 센터로 간다. 이곳에서는 주 2회 대면 독서토론 모임이 열린다. 오늘은 ‘AI 시대의 노동’에 대한 책을 함께 읽고 토론한다. 이 모임에는 그와 정치적 성향이 다른 사람들도 많지만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하다 보면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이 활동으로 월 30만 원의 참여소득을 받는다.


저녁 8시. 그는 3개월째 준비 중인 환경운동 캠페인 기획안을 다듬는다. 기본소득이 있기에 당장 수익이 나지 않는 일에도 시간을 쏟을 수 있다. 내년에 이 프로젝트가 실현되면 그는 사회적 기여에 대한 보람과 함께 추가 소득도 얻을 수 있다.






50대 여성 박미영의 하루는 어떤 모습일까?


오전 7시. 박미영은 동네 커뮤니티 센터로 향한다. 주 3회 참여하는 아침 요가 수업 시간이다. AI가 개인 맞춤형 운동을 추천해주기도 하지만,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며 몸을 움직이는 게 훨씬 좋다. 요가 강사 자격증을 딴 이웃 언니가 이끄는 이 수업에는 4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모인다. 1시간의 수업을 마치면 몸도 마음도 가뿐하다. 이 활동으로 월 20만 원의 ‘운동 참여소득’을 받는다.


오전 10시.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AI 비서와 함께 오늘 할 일을 점검한다. 주 3일, 하루 3시간만 일하는 그녀의 일은 온라인 교육 콘텐츠 기획이다. 20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일했던 경험을 살려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한다. 기본소득 월 100만 원과 노동 소득 100만 원, 그리고 각종 참여소득까지 합치면 생활비는 충분하다.


오후 1시. 근무를 마친 그녀는 점심을 먹고 구청 시민참여센터로 간다. 오늘은 시민토론회가 있는 날이다. 주제는 "지역사회 돌봄 시스템 개선 방안"이다. 육아와 노인 돌봄을 모두 경험한 50대로서 할 말이 많다. 15명의 참여자들은 공무원, 사회복지사, 학부모, 은퇴자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지고 있다. 2시간 동안 전문가 발표를 듣고, 소그룹으로 나누어 토의하고, 각자의 경험을 나눈다. 처음 만난 사람들이지만 진지하게 귀 기울이고 질문하다 보면 어느새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이 참여로 그녀는 10만 원의 ‘토론 참여소득’을 받는다.


오후 4시. 그녀는 동네 문화센터로 발걸음을 옮긴다. 6개월 전부터 시작한 수채화 교실 시간이다. 젊었을 때는 그림 그릴 시간도 여유도 없었는데, 이제는 주 2회 붓을 잡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 되었다. 오늘은 봄꽃을 그린다. 옆자리 할머니는 80대인데도 손놀림이 야무지다. 반대편 30대 청년은 웹툰 작가 지망생이다. 서로 그림을 보며 조언하고 격려한다. 이 ‘예술활동 참여소득’으로 월 25만 원을 받지만, 돈보다는 이 시간 자체가 선물 같다.



저녁 7시. 집으로 돌아온 박미영은 저녁을 먹고 노트북을 연다. 요즘 그녀가 준비 중인 것은 '50+ 여성을 위한 디지털 문해력 교육 프로그램'이다. 같은 또래 친구들이 여전히 AI 사용을 어려워하는 것을 보고 시작한 프로젝트다. 기본소득과 참여소득이 있기에 당장 수익이 나지 않아도 의미 있는 일에 시간을 쏟을 수 있다. 내년 봄에 이 프로그램을 시작하면 또 다른 50대 여성들이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이다.


밤 10시. 잠자리에 들기 전, 박미영은 오늘 하루를 떠올린다. 요가로 시작해서 일하고, 토론하고, 그림 그리고, 프로젝트를 준비한 하루. 10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삶이다. AI가 단순 업무를 대체하고, 참여소득 제도가 시민의 다양한 활동에 가치를 부여하면서, 이제 50대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 되었다. 그녀는 내일 또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무엇을 배우게 될지 기대하며 눈을 감는다.







김서준과 박미영은 일자리를 잃지 않았다. 그들은 '할 일'을 얻었다.

경제적으로 안정되어 있고, 사회에 기여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는 AI에게 대체된 것이 아니라 AI와 협력하며 더 인간다운 일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들은 주체적이다. AI가 제안하는 답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매일 토론을 통해 생각하는 근육을 단련하고 다른 시민들과 대화하며 판단력을 키운다. 그들은 AI 시대의 수동적 소비자가 아니라 능동적 시민이다.


그리고 그들은 혼자가 아니다. 토론과 운동, 예술활동을 통해 만난 다양한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다. 그들과 의견이 항상 같지는 않지만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한다. 2025년의 한국 사회가 겪었던 극단적 분열은 이제 옛이야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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