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성인이 될 때까지 ‘행복'은 내 삶에는 존재하지 않는 상상 속에나 관념적으로 존재하는 단어였다. 영원히 가질 수 없거나 내게는 허락되지 않는 무엇이라고 생각했다. 기억이 존재하는 네다섯 살 무렵부터 불안의 감정이 가슴 깊숙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나를 돌봐주는 사람의 부재, 폭력의 목격, 버려짐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된 불안. 그때부터 행복의 대척점에 있는 이 어둠의 감정은 나를 놓아주지 않고 형태를 바꿔가며 가까이에 존재했다.

어두운 밤, 소녀의 집에는 불이 켜져 있다. 오고 가는 고함 소리. 폭력의 장소인 그곳은 안정과 따뜻함을 주는 공간이 아니다. 소녀에게 집은 불안의 장소일 뿐이다. 소녀는 그 상황에 그대로 얼어붙어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손가락 하나 움직일 엄두가 나지 않는다. 눈물을 삼킨다. 얼어붙은 심장과 몸속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 마지막 피 한 방울까지 모든 것이 몸안에서 빠져나간다.

어두운 이 시간보다 더 까맣게 타들어가는 소녀의 눈물과 마음은 곧 재로 뒤덮인다. 텅 빈 눈동자. 마음속 증폭된 불안감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다.


‘나에게도 행복이 존재할 수 있을까…?’

'그런 것은 애초에 나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이 아닐까?'

매일 밤마다 기도를 한다.

‘제발 오늘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게 해 주세요.’


잠이 들었다가도 고함소리에 깨는 일이 잦다. 눈을 뜨는 일이 두렵다. 차라리 영원히 눈을 뜨지 않길 바라본다.


햇빛이 비추는 시간 동안 소녀는 잘 웃는다. 두려움을 숨기는 거짓의 웃음. 현실을 부정하는 활달한 몸짓. 과장과 간절함이 뒤섞인 웃음과 몸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