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쓰는 일기
'오늘도' 8시가 조금 넘어 일어났다.
언제 9시에 잘 수 있을까.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자. 일찍 일어나는 새가 더 피곤할 테니
몇 개월 휴직했을 때가 있었다. 코로나이기도 해서 당시 동거인(현 반려자)도 집에 일찍 오고, 좁은 원룸에 복닥대며 살던 우리는 9시 즈음이면 잠자리에 누웠다. 나는 4시 반에 일어나 당시 즐겨마시던 밀크티 스틱으로 아침을 깨우고, 옆에서 자고 있는 사람을 깨우지 않으면서, 좁은 구석에서 아주 조심스레 스트레칭을 조금 하고, 좌식 책상(이자 테이블)에 앉아 책을 폈다. 책을 읽기도 하고, 영어공부를 하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그때, 일찍 일어나던 그때가 조금 행복했다. (기억은 늘 좋은 쪽으로 왜곡되니깐)
그래서 지금도 9시 즈음 자는 삶을 꿈꾸는데, 쉽지 않다.
21세기 현대인으로 갓생의 삶을 살아야 하니깐. 점심을 제대로 먹지 않고 일을 하는 나는 아침에는 '오늘은 저녁을 안 먹고 일찍 자자'라고 다짐하지만 일터에서 소진된 에너지에 한 시간 넘게 걸리는 퇴근길에 남은 에너지도 탈탈 다 써버린 후, 풍성하지는 않더라도 저녁을 먹게 된다.
저녁을 먹고 일도 조금 하고 청소도 하고 일상의 영역에 시간을 쏟고 나면 10시 11시가 된다. 스트레칭으로 늙어가는 몸을 조금이라도 풀고 침대에 기어들어가면 오늘도 9시의 잠드는 삶은 안드로메다 어디쯤으로.
'의미'를 찾는 INFJ인 나는, 오늘도 생각한다.
"그래, 이런 삶이 무슨 의미가 있어. 빨리 일을 그만두자.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자."라고.
9시에 테라로사 서교에 가서 오픈런해야지. 란 어제의 다짐은 그저 다짐으로.
생각보다 늦었지만 그래도 일요일 아침이니, 아이비, 아몬드페페, 홍콩야자수, 죽었다가 새로 잎을 쳐낸 이름 모를 귀요미들에게 차례차례 물을 준다. 수경으로 키우는 초록이들도 오랜만에 물을 갈아준다. 목욕재계를 끝낸 아이들을 햇볕에 두고, 어제 만들어둔 두유요거트가 완성되었는지 열어본다. 그릭요거트 통에 일부를 덜어내고 한입 맛본다. 따뜻한 요거트가 제일 맛있는 법. 두유로 만들어서 약간 된장향도 조금 난다.
어제 계속 속이 쓰렸다. 빈속 커피 때문일까? 빵 때문일까? 아침까지 속쓰림이 계속되었다. 올리브오일 한 스푼을 꿀꺽 하니, 신기하게도 쓰리던 속이 조금 가라앉았다. 이제 스트레칭을 할 차례.
옷도 갈아입고, 선크림이랑 팩트도 바르고, 오랜만에 귀걸이도 해본다. 늦었으면서 귀걸이 두세 개를 번갈아 해보며 어떤 게 더 낫지? 대충입은 옷에, 대충 묶은 머리에 대충 쓴 머리띠에, 큰 링귀걸이를 한다.(아니, 일하러 갈 거면서 귀걸이는 왜?)
자전거를 타고 갈 거니깐, 백팩을 메야겠다. 노트북, 혹시 추울까 봐 셔츠도 챙기고, 이따 먹을 빵도 챙기고, 충전기, 핸드크림, 텀블러 핸드크림, 책, 필통, 노트까지 야무지게 챙긴다. 아 햇볕이 뜨거울 수 있으니 선글라스도 쓴다.(비 올 것 같은데?)
자전거를 10분 정도 타고 슝 달려서 서교크리에이터타운점 테라로사에 도착. 창도 넓고 탁 트인 곳이라 일하기 좋다.
생각해 둔 자리에 비어있다. 럭키비키(장원영? 정원영? 교사친구가 알려줬다. 원영식 사고라고... 수업시간에 아이들에게 영상 보여주고 활용했다고.) 늘 걱정, 불안이 먼저 떠오르는 걱정인형인 내게 약간 필요한 (억지)긍정의 사고일수도.
일을 해야 하는데, 하기 싫어서 브런치에 오랜만에 글을 써본다.
누가 남의 일기를 볼까 싶지만 기록용이다.
자. 책을 읽고 일을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