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번역대학원_영어교사의 영어공부

어디에 써먹으려고 공부하지 마라. feat. 박문호 박사님

중고등학교 시절,

막연히 교사가 되고 싶었다. 특히 초등교사나 사회 과목 교사가 되고 싶었다.


내가 영어교사가 될 거라고는 0퍼센트에 가깝게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중학교 때는 꿈이 많았다.

신문 사설을 읽고 내 생각을 쓰는 걸 좋아해서 칼럼니스트가 되고 싶었고, 유치하기 짝이 없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시 쓰는 걸 좋아해서 시인도 되고 싶었고, 왠지 모르겠지만 비행기 정비사도 되고 싶었다.


교사도 그중 하나였다. 좋은 교사를 만나본 적이 없어서 좋은 교사가 되고 싶었고, 과목을 정한다면 윤리나 사회과목 정도.


가고 싶던 대학의 학과를 떨어졌다. 두 번이나.

오만했나? 3 지망까지 쓸 수 있었는데 나는 딱 가고 싶은 대학 하나만 썼다. 바보였나?

열심히 했지만 그 열심은, 사실 대충이던 것 같다.


삼수 때는 집에서 청소하고 요리하고 친구들이랑 술 마시러 다녔다.

처음 대학을 떨어지고 일주일 내내 울었는데, 이때는 아무렇지 않았다. 인생 뭐 있나. 뭐 될 대로 대라는 식.


아무 전문대나 들어가려고 했다. 영상편집이나 배워볼까? 되려 느긋하게 생각했다.

수능 2개월 전에 영어단어 다시 보고, 문제 몇 개 풀어보고 수능을 봤다.

그래도 운이 좋게도 영문학과에 들어갔다. 이때도 별 생각이 없었던 게, 집 근처 대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전공들을 쭉 보고 그냥 끌리는 학과를 지원했다. 지원서 작성에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런데도 사람의 마음이란 게 - 대학 입학 후 처음 몇 년, 아니 꽤 오래? 많이 억울했다.

학교에서도 전교 4-5등이었고, 재수까지만 하더라도 1등급이 나왔었는데,,,

3수나 해서 이 대학, 이 학과를 나왔다는 말 그대로 사람들의 시선이 나를 괴롭혔다.

왜 그런 거 있지 않나? 삼수했다고?라고 말하면서... 점점점으로 끝나는...


그렇지만 나의 노력, 실력, 운이 조합의 결과였다. 싫든 좋든 내가 받아들여야 하는 사실이었다.


대학을 입학하고, 우울했던 3년의 보상을 원했을까?

과 동기와 선배들과 말 그대로 매일 술 마시러 다녔다. 그래도 수업을 빼먹은 적은 한 번도 없다.

넉넉한 집안 환경은 아니라 성적장학금만 유지할 정도의 학점은 받았다. 4.0은 넘었으니 너무 막다닌것도 아닌가.


그러다 교사의 꿈이 생각났다. 교직이수를 할 수 있었다. 딱 정원의 10%만 받을 수 있어서 아마 8명까지만 받았고, 바로 내 앞에서 잘렸다.

엄마에게는 미안했지만 교육대학원에 갔다. 배움의 기회라 생각했다. 영어를 잘했던 것도 아니기에 영어실력을 키울 기회로.

운이 좋게도 졸업하고 1년 뒤 교사가 되었다. 그리고 다시 11년이 흘렀다.


대학도 늦게 갔고, 교육대학원도 다니느라 휴학이나 유학 등은 우선순위에 없었다. 그저 빨리 일 년이라도 빨리 교사가 되고 싶었다.


물론 대학, 대학원 때, 그리고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영어 공부는 틈틈이 했지만 늘 내 실력에 만족하지 못했다. '더'열심히 안 한 거겠지만.


영어 회화나 토론모임도 다녀보고, 화상영어도 해봤지만, 좀 더 체계적으로 집중해서 배우고 싶었다. 현재 내 실력의 부족함으로 자괴감을 느끼며 공부의 동력을 쌓고 싶었다.

그래서 늦었지만, 통번역대학원을 갔다.

학교로 오는 공문 중에 석사 야간이면서 영어교사 장학금 50%를 지원해 주는 대학원을 알게 되었고, 올 9월에 입학했다.

전문 통역사, 번역사로 일할 생각은 아니었고, 순순히 영어를 잘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래서 주말이 아예 사라졌....


박문호 박사님이 그랬다. '어디 써먹으려고 공부하지 말라고'

통번역 공부가 어디 써먹으려고 공부하지 않는 첫 번째 시도 같다. (어릴 때의 순순한 배움 말고)


그런데,,, 막상 자괴감을 매일 느끼니 힘들긴 하다.

월, 수 저녁에는 온라인 수업이, 토요일은 오프라인 수업이 있다.

통번역은 말 그대로 몸으로 하는 공부? 작업이다.

머릿속 작업을 바로바로 뱉어내야 한다.

그만큼 절대적인 영어 실력이 중요한데, 일하면서 공부까지 하는 게 쉽지는 않다.

더군다나 요즘은 스마트폰에게 시간을 많이 뺏기고 있는지라..


장점이 있다면,

학교일의 스트레스가 학업의 스트레스에 묻히고 있다.


오늘, 중간고사를 봤다.

90초 정도 순차 통역-바로 녹음해서 제출.

역시나 자괴감...


애증의 영어공부.

열심히 해보자.

어차피 이번생은 시지프스의 운명인 것 같으니

(그러려면 핸드폰부터 버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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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eaf926-2584-4317-9969-822b90fe5556.png GPT가 그린 시지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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