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꽁

[트라우마]

십 대 시절까지 ‘행복’하다고 느껴본 적이 없다. 매일이 불안의 연속이었고 평온한 하루더라도 불안의 습관이 내 몸에 깊숙이 스며들어 자리 잡고 있었다. 그 불안은 나를 돌봐주는 사람의 부재, 폭력의 목격, 버려질 수 있다는 두려움 등의 다양한 이유로 시작되었다.



7살 소녀는 울며 언덕길을 뛰어 올라간다. 깜깜한 밤. 적막만이 깔린 밤. 소녀는 달린다. 살기 위해, 살리기 위해. 숨이 차오도록 헉헉대며 달려 빨간 대문 앞에 도착한다. 그 긴 거리를 한시도 쉬지 않고 뛰어 올라왔다.

“이모, 이모!” 소녀는 문을 쿵쿵 두드리며 소리친다. “문 좀 열어줘”

끼이익 어둠 속 노란 가로등에 비쳐 더욱 선명한 빨간 대문이 끼이익.. 무거운 소리를 내며 열린다. 이 문이 열리기 단 몇 분이 걸리지 않았지만 소녀는 ‘문이 안 열리면 어떡하지?’란 불안에 몸을 떨었다.

잠에서 막 깬듯한 모습의 여자가 나온다.


“무슨 일이야, 또 싸워?”


“응..”


소녀는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이내 상황파악이 된 여자는 안으로 들어가 옷을 걸치고 나온다. 소녀의 손을 잡고 소녀가 헐떡이며 올라온 골목길을 함께 내려간다.


소녀의 집에 불이 켜져 있다. 오고 가는 고함소리. 소녀에게 집은 안정과 지지의 공간이 아닌 폭력과 불안의 장소이다.


소녀는 그 상황에 그대로 얼어붙는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력감에 손가락 하나 움직일 엄두가 나지 않는다. 어두운 이 시간보다 더 까맣게 타들어가는 소녀의 눈물과 마음은 곧 재로 뒤덮인다. 텅 비어 버린 눈동자와 마음. 계속되는 삶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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