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뒤에서

너의 눈, 코, 입... 보다 좋았던 등.

by 채디터

항상 시작은 앞. 서로 얼굴을 보며 마주한다. 눈을 바라보고, 입을 맞추고. 부드럽게 귓바퀴 수를 헤아려 나가다 턱을 스치고는 목으로 향한다. 가녀린 목을 한껏 음미하다 보면 어느새 입은 쇄골에, 가슴에 닿는다. 더 내려갈 수도 거기서 끝내는 것은 자유. 혹은 상대의 의지에 따라서 결정되는 일이다. 첫 경험 지침서가 있다면 첫 장을 정석처럼 장식했을 순서. 정직하게 이 흐름을 타고 가다 보면 놓치게 되는 샛길이 있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우연히 그 길을 알고 난 지금. 어렴풋이 떠올려보면 그때는 그저 스쳐갔거나 다가가기 망설였던 곳 혹은 알지 못했던 미 개척지인 '등'이 있다.


팔이나 다리만큼 '흔하게 노출되는 신체 부위'가 등이란 사실을 인지하는 사람은 몇이나 있을까. 대개는 앞을 가리느라 바쁘지 등을 보이지 않으려 애쓰며 옷 입는 수고를 하지는 않는다. 도심 속 번화가에서도 해안가에서도 사람들은 등보단 앞을 가리기 급급하다. 등은 안일함이 허락되는 유일한 위치랄까? 허리를 숙이면 등이 훤히 드러나는데도 없는 뱃살조차 감추고자 배에 손을 얹듯이. 혹은 내려간 바지 사이로 빼꼼 고개를 내민 팬티를 가리듯이. 가슴이 깊게 파인 옷과 달리 등이 깊게 파인 옷에는 관대한 편이듯이. 매 순간 등은 손길이 닿지 않은 채 외롭게 덩그러니 있곤 했다. 그 모습이 안쓰러워 보여서였을까. 되려 그랬기 때문일까. 등에 시선이 가기 시작한 것은.


스스로도 그렇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손이 등을 향하는 광경은 흔치 않다. 연인이라면 손을 잡거나 팔을 감싼다. 그게 아니라면 무심하게 등을 외면한 채 허리나 어깨 위로 손이 가 있다. 단순히 '익숙한 관계니까'라고 넘어갈 수도 있다. 하나, 안타깝게도 연인 사이가 아닌 경우라고 상황이 바뀌지는 않는다. 아직 스킨십이 이른 관계에서는 등보단 손에 설렘을 느끼는 게 일반적. 그 등과 손이 닿을 때는 갑작스럽게 뒤에서 차가 지나갈 때 정도다. 그조차도 자칫 불편한 관계를 만들기도 십상. 영화나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설렘을 느끼는 건... 조금은 망상 아닐까. 인적이 드문 들판처럼 사람들의 손이 좀처럼 닿지 않는 곳, 등. 숨겨진 골목 어귀의 맛집을 드나들 듯 이곳을 나만 소유하고 싶다는 감정이 솟구친다. 오직 나만이 아는 너의 등을 탐하며 유희하고 싶은 기분이.


무턱대고 등이면 다 좋다고 말하진 않겠다. 그것이 가녀린 몸이나 굴곡이 넘치는 몸, 살집이 꽉 찬 몸처럼 체형적인 선호도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나름의 구역이 있다는 거지. 상대의 등을 본 순간, 가장 먼저 탐미하고 싶은 건 역시 중앙을 다라 길게 뻗은 라인이다. 흔히 척추기립근이라고 불렀던가. 너무 깊지도 얕지도 않게, 적당히 파인 골은 손가락 끝으로 따라 내려가고 싶을 만큼 매혹적으로 날 유혹한다. 수영장에 입수하기 전 발을 담그는 기분. 조심스럽게 긴장과 설렘을 따라 내려가고 싶다. 물론 혀를 허락한다면 더 기분이 좋을 거야. 다음은 날개뼈. 정확히는 날개가 있다면 보이지 않았을 그 안 쪽. 빛을 받으면 동굴처럼 그림자지는 그곳을 탐험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미학적인 이유 때문일 수도. 가장 반응이 확실한 곳은 엉덩이 라인의 출발선이다. 등허리라는 표현 정도가 좋겠다. 그곳에 도착할 때쯤이면 허리는 시위를 놓기 전 활처럼 더욱 휘곤 한다. 배배 꼬이는 그 몸을 보고 있노라면 등이 더욱 사랑스러울 수밖에.


그렇다고 그 등을 탐할 때, "더"라는 말이 매번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르다. 등은 가슴이나 귀, 다리 사이처럼 접근성 좋게 누구나 들락날락하는 익숙한 곳이 아닐 테니까. 분위기에 따라서 감각의 폭이 크게 달라지는 예민한 부위에 가깝지. 어두운 방안, 정적만이 흐르는 순간, 상대가 방신한 사이 등은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 몸의 중심인 등에서 돋은 소름은 어느 부위보다 빠르게 몸 전체로 퍼져 나간다. 등의 감각을 깨우는 법을 알게 된 순간. 그보다 효율적인 대상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무턱대고 등을 만진다 한들 상대가 좋아할 리도 없다. 밤늦은 시각, 가로등 밑에서 벽에 밀치던 손놀림으로 등에 다가갔다간 어떠한 감흥도 설렘도 줄 수 없다. 등은 만지는 곳이 아니다. 등에 난 솜털을 만지듯. 조심스럽고 정성스러운 손길이 닿을 때. 그제야 날숨이 나온다. 손등으로 닿을 듯 말 듯 스치고, 따뜻한 입김이 그 표면을 덮을 때야말로 등이란 녀석은 본색을 드러낸다. 성감대란 범주에 쉽게 들어가기엔 한없이 무디고 가녀린. 그곳이 등이다.


오늘도 난 당신의 등을 바라보았다. 거기에 누가 다녀간 건 아니길. 오직 내가 먼저 너의 등에 닿았기를 바라며.





언젠가 매거진에서 '등'을 주제로 썼던 섹스 칼럼 일부입니다. 이보다 조금 더 적나라했던 글인 것 같지만, 등을 좋아하는 마음은 같았지요. 그쪽은 등 좋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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