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먹고 두 번 먹고, 자꾸만 먹고 싶네~
할머니, 저 아까 그 볶음밥 또 먹고 싶어요~!
밤 열 시를 막 지난 이 시각, 왕자가 할머니에게 말했다. 낮 동안 물놀이 실컷 하고 돌아와 저녁밥으로 할머니가 시간 맞춰 만들어 둔 김치볶음밥을 먹었는데 약불에 한참 두셨는지 바닥은 바삭바삭 고소한 누룽지가 되었고, 치즈는 잘 녹아서 적당히 쭈욱 늘어났다.
편식하는 왕자가 기복 없이 좋아하는 메뉴 중 하나가 볶음밥인데, 맛있는 볶음밥을 만나서 위장 센서가 고장이라도 났는지 한 숟갈 먹을 때마다 칭찬을 두 번씩 쏟아내며 한 주걱, 또 한 주걱, 또 한 주걱, 그러더니 결국 네 주걱이나 먹고 말았다. 김밥 다섯 알 먹으면 배부르다고 말하는 꼬마인데 조금 걱정이 될 정도로 굉장히 선전한 셈.
나도 맛있어서 계속 퍼먹고는 한참 쉬는 중인데 왕자는 할머니랑 같이 테레비 보면서 자겠다고 나란히 눕더니만 아까 먹은 볶음밥이 또 생각이 났는지 둘이서 내일 먹을 메뉴를 놓고 주거니 받거니 나누는 대화가 들렸다.
“할머니, 내일도 볶음밥 먹고 싶어요. 할머니 볶음밥이 너무너무 맛있어서 또 먹고 싶어요. 새우는 쪼끄만 새우로, 쪼끄만한 새우로 넣어 주세요. 없으면 빼도 되고요. 그리고 문어나 오징어 뭐 그런 것도 들어가면 좋겠어요. 계란 이런 것도 좋고요.“
할머니는 알겠다고, 자기 간이라도 넣어 볶아 줄 기세로 먹고 싶은 거 다 해 주겠다고 한다. 엄마의 빈틈이 아이를 성장시킨다는데, 엄마가 친정에 와서 내 자식 나 몰라라 드러누워 쉬는 동안 아이는 엄마로부터 조금 더 독립하고, 할머니 할아버지와 화투 치고 오목 두며 유대를 다진다. (어차피 집에 가면 엄마는 왕자의 비위를 다 맞춰 주지도 않는다.)
내가 나 몰라라 하는 것에는 우리 엄마의 골병도 포함이다. 선물을 사 오고, 잘 먹고, 설거지를 하고, 마음 편히 잘 쉬는 잘 떠드는 모습을 보여 주고, 귀여운 판다 영상도 보여 주고, 떠날 때 돈봉투를 남기고 잘 떠나자.
고마워요, 엄마. 미안도 하지만 대체로 늘 고마워서 오늘도 이렇게 마음을 기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