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해 보는 소리.
근자의 젊은이들이란 찍기 위해 사는 이들 같다. 특히 미술관에서 그렇다. 좋은 것을 보기 위해 좋은 곳에 간다기보다는 '좋은 것을 보러 간 자신'을 보여 주고 싶어 좋은 곳에 가는가 싶다. 이번 숙소 바로 옆에 미술관이 있길래 야호 하며 체크아웃하고 갔더니 그림에는 눈길을 주는 둥 마는 둥 하며 온통 사진 찍는 젊은 커플들이 얼마나 많던지. (심지어 유리 전시 작품 보호선을 넘어가 사진을 찍는 커플도 있었다.)
음식을 두고 열심히 사진 찍는다면 누가 뭐라고 하겠나. 그건 남에게 피해 주지 않으니까. 그런데 미술 작품 앞에서 젊은 여자가 짐짓 무심하게 미술품을 관람하는 척하는 사진을 젊은 남자가 한참 찍는가 하면, 곧 사진작가와 피사체가 역할을 바꾸어 이번에는 여자가 휴대전화를 들고서 남자의 뒷모습을 찍어댄다. 작품을 가만히 좀 들여다보고 싶었지만 뒤에서 사진각을 재고 있으니 눈치가 보여 비켜 줬다.
이쯤대면 미술가들은 자신의 작품이 인스타 각이 나올 만한지를 고민하여 작품을 생산해야 할 판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미술에 대해서는 쥐똥만큼도 모르지만 최근 오 년, 십 년 사이에 한국의 미술관에서도 컨셉츄얼 아트스러운, 특히 4D식 관람이 가능한 전시가 상당히 대중화되었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이멀시브 비주얼 아트는 그야말로 인스타그래머블 아트의 끝판왕이 아니지 않을 수 없다.
언젠가 화가 친구에게 그런 얘기를 한 적 있다. 글은 정지된 한 순간도 흐르는 긴 시간처럼 풀어낼 수 있다면 미술은 아주 오래 흐르는 시간도 한 장의 정지된 순간으로 담아낸다고. 나는 크든 작든 불멍 하듯 하염없이 보게 되는, 내 호흡에 맞게 감상을 할 수 있는 작품과 전시가 좋다. 비주얼 아트는 나만의 속도로는 감상 못 하지만, 외국과 한국에서의 체험을 떠올려 보면 모두 좋은 경험이었다. (반 고흐 전시도 보고 싶다는 뜻.)
친구 말로는 사람이 되게 힘들면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로 충전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한다. 쫓아가기 바쁜 감상이거나 말거나, 예술을 감상할 수 있는 여유는 참 소중하다. 애들과 함께 감상할 여유 역시 참 소중하고 말이다. 이혼하며 영혼이 탈탈 털린 나는 본능적으로 음악과 미술을 가까이했다. 돌아보니 외국에서 스트레칭, 요가, 조깅 등을 가까이했던 것도 결이 비슷한 행동이었고.
미술관을 잘 다녀와 놓고는 시답잖은 이야기를 길게도 썼다. 전시회에 다녀오면 늘 쓸쓸한 마음이 조금 드는데 아마도 작가의 작품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그걸 보는 나 자신과 마주하느라 그런 듯하고, 사방 천지 서로 찍어 주기 바쁜 사람들로 가득한데 도비는 대체로 혼자라서 내 사진이 귀한 바람에 서글프고 배가 아파 그런 듯도 하다. 괜찮다. 전염병 없고 관절 성할 때 잘 보고 다녀야지.
모던한 전시회에 다녀왔으니 틀어 놓고 커피 한 잔 하며 들을 수 있는 좀 더 모던한 곡으로 수정 선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