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듣게 되는 여러 소리들
엄마, 집에 늦게 오면 안 돼요?
아빠집에 갔다가 돌아오면 늘 두 배로 축 처진 눈썹과 그렁그렁한 눈으로 아빠를 보고 싶어 하는 우리집 둘째가 지난 주말에는 전에 한 적 없는 얘기를 했다. 그러고 보니 아이들이 "엄마, 집에 있어요?" 하고 물으며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이들이 나보다 먼저 집에 도착하는 경우가 가끔 있었어서 그런가 싶었는데 둘째에게 설명을 들으니 아빠가 집에 엄마 없으면 올라와서 같이 보드게임 하면서 기다려 주겠다고 했단다.
근데 엄마가 이미 집에 와 있었지 뭐야. 돼지런히 놀다가 애들 좋아하는 걸로 장도 보고 들어와서 부랴부랴 반찬 만드는 중이었는데, 아빠랑 집에서 놀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단 꿈에 젖어 올라온 우리 아들은 엄마를 보고 실망을 했다. 누나 통해 미리 연락 주면 엄마가 더 천천히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음에 아빠집 갈 때 보드게임 챙기자고도 말했고, 저번처럼 방학 때 아빠랑 다 같이 놀러 가서 그때 하자고도 말했다.
일전에 "가족과 함께" n행시를 만들어 오라는 숙제가 있어서 애들 아빠에게 공유한 뒤 아빠 이름으로도 써서 보냈는데 책가방에서 제출 안 한 숙제가 그대로 발견된 적 있었다. 똘똘하고 꼼꼼한 아들이 웬일로 깜빡했나 싶어 물었더니 아이는 금세 울먹이며 아빠는 같이 살지 않으니까 아빠 숙제를 낼 수 없다고 했었다. 멀쩡히 해 간 숙제를 꺼내지도 못 하고 속상했을 아이에게 같이 살지 않아도 아빠는 가족이라고 알려줬더랬다.
여전히 진행 중인 아이들의 슬픔을 목격하는 순간은 예고도 없이 찾아온다. 학교에 다니고 친구들과 놀면서 아이들이 느끼게 될 아빠의 빈자리는 내가 목격하는 것보다 아마 훨씬 더 크고 잦을 테다. 상담 선생님한테 신세를 지고, 선생님이랑 잘 놀았냐고 묻는 정도로 나는 미안함을 일말이나마 해소한다. 여름방학 동안 애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는 주말에 고민해야겠다. 우리의 방학이 게으름과 잡도리로 점철될까 싶어 벌써 아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