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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의종군 Sep 07. 2020

리더 vs 매니저

조직장이 되고 나서 받았던 교육에서 첫 질문은 '리더와 매니저의 차이는 무엇인가?'였다. 과연 이 포스팅을 읽고 있는 여러 분들은 '리더'와 '매니저'의 차이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사실 사전적인 의미를 몰라서 이런 질문을 하는 것도 아니고, 사전적인 의미 이외의 뜻은 어디 정확하게 정의되어 있는 곳도 없다. 즉, 위의 질문은 정답이 없는 열린 질문이다. 혹여 필자와 다른 뜻으로 생각했다고 해서 어떠한 벌칙이나 패널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매니저는 좀 더 수직적이고 명령적이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진다. 리더라 함은 좀 더 열려있는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공감하고 가까운 느낌을 가지게 된다. 아래와 같은 그림은 너무 유명해서 더 설명할 필요도 없을 지경이다.

그렇다면 모두가 리더가 되어야 하는 것일까? 

질문을 한 의도를 파악한다면 이미 짐작했겠지만, 'No'이다. 


잠깐 삼천포로 빠져서 다른 얘기를 조금 해보려 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라는 것은 사실 철학을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사용하는 말에 따라서 그 사람의 인격을 드러내 주기도 한다. 그렇듯 어떠한 관념에 대해서 프레임을 깨고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기 위해서는 같은 의미이지만, 다른 단어를 쓰기도 하고, 혹은 기존에 사용하던 단어에 부정적 이미지를 입힘으로써 새로운 관념에 대해서 홍보하기도 한다.


3차 산업혁명인 제조업에 대한 혁명 이후, 수직적 계층에 의한 분업화는 굉장한 성과를 일궈왔다. 자동차를 만들 때, 창문을 붙이는 사람, 바퀴를 끼우는 사람, 핸들을 만드는 사람은 어떻게 하면 잘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사실은 사람이 기계처럼 일을 했던 지금 기준으로는 조금은 비인간적인 산업이었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이 도래했고, 이제는 이전처럼 그렇게 일을 할 수가 없었다. 관리자는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 공감능력, 동기부여 등 이전에 없던 여러 가지 능력을 갖출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진화한 관리자와 기존의 관리자를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그래서 '리더'라는 단어를 새로 만들어내고 (사실은 이미 존재하던 단어라서 만들어냈다기보다는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다는 표현이 더 맞다) 기존에 사용하던 '매니저'라는 단어는 부정적인 의미들을 부여해버렸다. 사실상 '리더'는 새로운 역할에 맞는 역량을 갖춘 사람이고, '매니저'는 변화하지 못하고 옛날 스타일로 조직을 관리하는 사람을 뜻하게 된 것이다.


위의 의미대로라면, 우리는 이미 4차 산업혁명의 한가운데서 살고 있기 때문에, '매니저'는 다 버리고, '리더'만으로 조직을 구성해서 이끌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필자는 '매니저'의 새로운 의미를 찾아보려고 한다. 조직을 꼼꼼한 사람만으로 구성한다거나, 창의적인 사람만으로 구성한다고 해서 좋은 조직이 될 수 없는 것처럼, '매니저'와 '리더'는 적절하게 분배되어 있어야만 좋은 조직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매니저'와 '리더'의 차이는 어떤 것인지 살펴보자.


이제 막 관리자를 맡게 된 사람이라면, 약간의 차이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삼국지'를 잘 알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린 시절에 많이 유행했던 거라...) 좀 더 이해가 될 수 있도록 삼국지에 비유를 해서 '매니저'와 '리더'의 차이에 대해서 말해보려 한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매니저'와 '리더'의 가장 큰 차이는 현장에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관우나 장비는 언제나 전장에서 병사들과 함께 뛰었다. 즉, 리더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제갈량은? 제갈량은 도성에서 지략을 내거나, 전쟁터에 참전하더라도 좀 더 직접적인 전투가 없는 곳에서 전략을 짰다. 제갈량은 매니저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나누어봤을 때, 리더만으로 조직을 구성해서 성공할 수 있을까?


위에서 했던 얘기를 다시 되짚어보자. 리더는 '새로운 역할에 맞는 역량을 갖춘 현대적인 조직장'이다. 그렇다면 모두가 리더가 되어야 할까? 다시 삼국지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초창기 유비는 사실 리더로만 조직이 구성되어 있었다. 유비 자신도 전장에서 함께 뛰는 리더형 지도자였고, 관우, 장비, 조자룡 모두 리더형 관리자였다. 그런데 어땠는가? 작은 작은 전투에서는 승리했을지 몰라도, 항상 쫓겨다녔다. 리더형 관리자는 조직관리에 100% 전념을 할 수 없다. 언제나 본인의 기량을 다지기 위해 훈련도 해야 하고, 무기도 다듬어야 한다. 리딩을 하기 위해서는 절대 능력이 뒤쳐지면 안 된다. (물론 삼국시대에는 그랬고, 현대의 조직에서는 그렇지 않다. 하지만 평균 이상의 현업 역량을 가지고 있어야 함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매니저형 관리자인 제갈량은 조직관리에 100% 전념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좀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전략을 짤 수 있었다.


2000년도 더 된 이야기지만, 우리 조직에도 그대로 적용해볼 수 있다. 우리 조직은 리더형 관리자와 매니저형 관리자를 모두 갖추고 있어야 좋은 조직이 될 수 있다. 당신은 리더형 관리자인가, 매니저형 관리자인가? 매니저라는 부정적인 의미를 지우고, 정확하게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역할을 정해서 그쪽으로 발전시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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