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의종군 Oct 03. 2020

많이 가짐에 대한 어려움

무소유의 삶 그리고 소유와 번뇌

얼마 전에 겪은 일이었다. 한참 스타벅스 가방이 연일 검색어 차트에 랭크되며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http://news.mk.co.kr/v2/economy/view.php?year=2020&no=688854


필자는 사실 특별히 스타벅스 서머레디백을 갖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렇지만 간혹 스타벅스를 가게 되면서 프리퀀시를 적립하게 되었다. 그렇게 한 두 개가 쌓이기 시작했고, 중간에 다른 사람이 자기는 필요 없다며 나한테 프리퀀시를 몇 개 넘기기도 했다. 그렇게 프리퀀시가 다 모였다. 그리고 서머레디백 이벤트는 1주일밖에 남지 않았다. 처음 그 마음처럼 아무 생각이 없었다면, 별일이 없었을 것을... 프리퀀시가 다 모이고 나니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결국 뉴스 기사에 나왔던 사람들처럼 새벽 5시부터 줄을 서서 서머레디백을 받게 되었다. 아침 일찍 출근하는 사람들의 '이건 뭐지?' 하며 쳐다보는 눈빛을 느끼면서, 내가 뉴스에서 보던 그 사람들처럼 줄 서 있는 모습에 스스로 쓴웃음을 짓게 되었다.

아침부터 스타벅스 줄이 엄청나다

그렇게 스타벅스 서머레디백도 잘 받게 되었고, 모든 것이 행복하게 끝나는 줄 알았다. 그랬는데 또 어떤 분이 나에게 남는다며 갈색 프리퀀시를 14개를 한꺼번에 주셨다. (해설: 스타벅스 상품은 갈색 프리퀀시 14개와 빨간색 프리퀀시 3개로 교환 가능하다) 그때부터 다시 고뇌에 빠졌다. 코로나로 인해서 집에서만 생활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을 만나서 스타벅스 갈 일도 없었고, 나 혼자 테이크아웃으로 먹자니 빨간색 프리퀀시를 주는 이벤트 음료들은 내가 좋아하는 음료가 아니었다. 빨간색 프리퀀시 3개만 있으면, 또 스타벅스 상품을 교환할 수 있는데... 별로 가지고 싶지도 않았던 상품이었는데 또다시 고민의 늪이라는 고통에 빠져들었다. 이벤트 제공기간이 3일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도 그 고민을 배가시켰다. 결국 인터넷 중고장터를 통해 빨간색 프리퀀시를 구매했고, 새벽 5시에 또다시 줄을 서서 상품을 교환할 수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이와 같은 경험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더라도 프리퀀시를 적립하지 않을 수도 있고, 필자의 지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주위 사람들에게 나눠줄 수도 있었을 것이고, 또 이벤트 기간이 언제까지인지 모르고 지나간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소유를 했기 때문에 생기는 고민과 불안감은 그 누구를 막론하고 모두에게 있을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도전을 하지 못하는 것도 지금 소유한 것을 잃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서 시작된 걸 것이다. 모 영화에서,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은 아무것도 잃은 게 없는 사람'이라는 대사가 나온 적이 있다. 잃을 것이 있어서 두려워한다는 자체가 소유함은 번뇌함을 의미한다는 방증이 아닐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종교적인 이야기는 아니다. 사실 불교에서 고승들의 가르침들을 보면 '무소유'에 대한 고찰들이 많기도 하고, '번뇌'라는 단어는 다분히 불교적인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고민, 불편함, 어려움 등 여러 가지 단어를 나열해보아도 번뇌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에 다다르지 못해서 번뇌라는 단어를 사용하였다.

작가의 이전글 리더 vs 매니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