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워있는 공간, 다다미방

by 박종호

비워있는 공간, 다다미방

일본으로 오기로 하고 막상 마땅한 집이 구해지지 않아 한동안의 처가살이를 각오하던 차에 때마침 비어있던 이층짜리 주택집에 들어오게 되었다. 집주인 가와노(河野)상이 몇 해전 자식들이 모두 출가하고 멘션으로 옮겨 살기 전까지 살던 어언 삼십년이나 된 주택이라지만 여러 차례 리폼을 하여 깔끔하고 튼실하다. 작지만 잘 가꾸어진 볕이 좋은 정원과 쪼그려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계단도 구지 여러 불편을 감수하고 주택집에 이사 오게 한 이유였다.


4월, 일본 이사의 극성수기라 불리는 시기와 겹치는 바람에 한국에서 이삿짐은 보낸지 한참만에 새 집에 도착하였다.


꽤나 넓지막해 보이던 빈집의 공간은 긴 여정에 실려들어온 가구들이 하나 둘씩 들어와 자리를 잡고 아직 열리지도 않은 박스들이 여기저기 산마냥 쌓였다. 빈 집의 공간이 한창 채워져 가던 그 때, 채워지 않는 한 공간의 숨어있던 존재감이 드디어 드러났다.


아무런 가구도 들어가지 않은 방, 집주인이 바뀌어도 인테리어가 새로와져도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언제나 비워져 있었을 듯한 8첩 다다미방은 어떤 가구도 들여 놓을 수 없을만큼 이미 '비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지금도 이 방은 여전히 비어있다. 비어 있기에 더이상의 장식 가감도 효율을 생각할 여지도 주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집 어느 공간도 이곳만큼 쓰임이 많고 평화로운 풍경을 지닌 곳이 없다.

새로 이사들어 온다고 집주인 카와노상이 다다미를 새것으로 바꾸어 주셨다. 집에 들어서면 코를 찌를 듯하던 다다미의 짚 냄새가 어느덧 사람내과 섞이어 점점 익숙해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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