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시간이 흘렀다. 졸업을 앞두고 그간 썼던 이런 저런 글들을 모아 엮어 보려는 바램을 가지고 있었지만 늘어지는 게으름을 포함하여 언제나 그 보다 중요한 일들이 있어 피일차일 미루게 되었고, 문득 생각이 나면 또다시 그 보다 중요한 일들이 내 앞에 있었다. 아마 그 중요한 시간들이란 다름아닌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는 시간들이었으리라.
그간 몇해 배우며 썼던 글들과 시 몇 편, 일상이란 바퀴 사이에 자신과 삶을 즉자적으로 대하게 되는 틈이란 의미로 이름 붙여진 ‘틈사이로’라는 작은 사이버공간에 올렸던 글들을 추려 여기에 실었다. 엮으며 어눌하고 亂한 글들도 수정하지 않은 체 곧이 실었고 사이버 상에 올렸던 글들 또한 지상으로 읽기에는 어색하지만 그냥 실기로 하였다. 욕심이 나서지 않아서라기 보다는 시간에 쫒겨 한 밤을 세워 엮는 탓에 일일이 다시 읽어 볼 시간이 없어서 이기도 하고 구지 고친들 더 나아겠냐랴라는 생각에서이기도 하다. 여기 실린 글들에 작게는 나 스스로의 기록으로, 또 다르게는 이 글을 읽는 이들에게로의 말건냄으로 구지 의미를 부여해 본다. 내 스스로를 포함하여 이 글묶음을 받은 이들이 일상의 틈에서 혹시라도 나를 떠올린다면 싸인 먼지를 털고 언젠가 한번은 펼쳐보고 이 시절을 떠올리리라는 욕심에서이기도 하다.
시간이란 것에 어디 꼬리표가 붙어있으랴마는 우리는 마치 계절을 세듯 時節이라 나누어 이야기한다. 나이가 들면 그 시절이란 것이 점점 더 길게 나뉘어, 어느 때인가 그저 ‘지금’과 ‘젊었을 적’이라고만 나뉘게 될 날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어느 때이건 그가 선 자리에서 아름다이 살고 있다면 그 종국에 그의 삶을 아름다웠다 할 수 있지 않을까. 졸업이란 계기로 나는 또 한 묶음의 시간에 시절이란 이름을 붙어본다. 그리고 혹 누군가 묻는다면 망설임없이 그 시절을 아름다웠다라고 말하리라. 그 시절에는 나의 순간들을 함께해주고 그 순간들을 아름다이 지어준 나의 사랑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그들에게 다 표현치 못할 나의 고마움을 활자의 힘을 빌어 여기에 전해 본다.
어머니, 아버지, 혁이,
나의 사랑하는 벗들, 벗들...!!
당신들을 사랑합니다.
2001년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