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오지 않는 밤 담배를 피다.

by 박종호

잠이 오지 않는 밤 담배를 피다. ----------------- 아름슬픔

하얀 연기가 사라지는 까아망

밑에는 별처럼 박힌 불빛들이 웅성이고

전설처럼 흩어지는 기억 속에서

너를 떠올린다.

I.

어릴적 울 마을에 이따만한 나무가 하나 서 있었더란다.

옛날 어느적엔가 새색시 하나가 전쟁나간 서방을 기다리다가

퍼렇게 죽어온 서방을 보고 실성을 하뎠다지

몇 달 몇 일을 죽은 서방이름을 부르며 온 마을을 떠돌아 다녔더레.

둥글게 달이 뜬 그날 밤이 지나고 곱게 화장한 색시가 그 나무 긴 팔에 메달려 있었더란다.

지 서방마냥 얼굴이 퍼렇게 되가지고

죽어서도 그 모습이 얼마나 이뻤는지 두 발을 땅에 뛰고 하늘에 오르는 선녀 같았단다.

아는 사람은 다 알던 얘기레

온마을 머스마 게집들이 달님 맞던 그 나무 아래서

색시와 서방이 처음 눈이 맞았었더라고

달 훤한 그 밤에.


II.

아무도 믿지는 않았지만

전설의 나무 밑엔 너와 내가 마주앉아 있었지.

엄마가 되고 아빠가 되어

어늬 품안에서 횡한 젖을 빨다 잠이 들던

배꼽을 갖지 못한 울 아가

차암 착한 울 아가느 누뜨고 잠이 들고

한번 울지도 않았지.

우리아가 토닥이던 너의 작은 손.

둥근 달이 뜨던 밤, 그 나무 및엔 몇 송이

꽃들이 전설처럼 시들어 가고 있었다.

우리 아가 남기고 간 어늬 작은 손

빠알간 벽돌 빠아짓던

너의 작은 손.


III.

22時, 신촌. 연인의 도시

소주잔에 넘치는 사람들이 흘러가는 곳.

네온 탑 돌이하는 사람들에 쓸려

너의 손을 놓쳐버릴 까

나는 너의 얼굴을 볼 수가 없다.

나의 손에 묻힌

너의 작은 손

하얀 달빝 삼켜버린 저 네온

눈부심 아래 나의 사랑은 태어나지 않았다.

눈앞에 쏱아지는 그림자를 지닌 연인들

오색의 간판을 주문처럼 외며

그 속을 흘러간다.

나이를 먹지 않는 너의 손을 잡고

꼭 부여잡고.

나의 몸에 나의 정신에 너무나도 익숙해진 이 낯설음.

이 고독한 순례가 끝나면

지친 연어데 마냥 그 나무 밑

너의 둥지로 돌아갈 수 있을 까.

나이를 셀 줄 모르는 나의 연인에게로


IV.

나이가 들면서 ‘어른’이 되어가며 마음 속의 빈자리가 늘어간다.

세상의 빛과 처음 마주한 이휴로 줄곳

세상의 그림자를 지닌, 혹은 지니지 않은 모든 것들이

마음 속에 자리를 잡고 들어 앉았다가는

이내 곧잘 사라져 버리곤 하니까

주린 심장에 연기의 음식을 먹인다

너의 빈 자리를 메우려 더욱 깊숙이 빨아들여 보지만

까만 하늘로 사라진 나의 허무, 그리움

처럼 텅빈 자리를 휘돌아 이 공허를 확인시켜줄 뿐

하얀 연기 깊숙이 저 까아망 속으로

신화도 전설도 너와 함께 사라지는 이 추억의 시간에도

머언곳 웃음처럼, 여전히

불빛들은 웅성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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