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타이나이와 제이타쿠
20240914 후쿠오카 모모치하마
후쿠오카는 아직도 낮 시간의 온도가 35도까지 오른다. 아침 방송에서는 에어컨의 바른 사용법에 대한 주제로 게스트들에게 문제를 내고 있다. 게스트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전기비를 절약하기 위한 방법들이다. 몇 시간 이상 집을 비울 때 에어컨을 끄고 외출해야 하는가? 방을 시원하게 하기 위하여 설정 온도를 낮추는 것과 바람을 세게 하는 것 중 어느 방법이 더 나은가? 벽에 달린 에어컨에서 바람이 나오는 방향은 위로하는 것이 좋은 가 아래로 하는 것이 좋은가?
생활 밀착형 절약법은 모두의 관심을 모은다. 절약이 습관이 되어있는 일본 사람들이지만 여전히 부지런히 절약하는 방법을 찾아내고 공유하고 실천한다. 일본인들이 절약하는 습관이 오랜 불황의 결과라로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실은 일본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미덕 중 하나로 아주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전통이다. 일본에 살면 주변 사람들 모두가 근검과 절약을 몸에 밴 듯 살아가고 있다. 웬만한 알뜰 주부들도 이들 앞에서는 혀를 내두른다.
'못타이나이 もったいない' (아깝다)라는 말은 일본의 절약 정신을 대변하는 말이다 이 말은 일찍이 서구에 소개되어 일본인들의 검소한 생활 습관을 알렸다. 최소한의 물건을 가지고 최소한의 소비로 살아가는 미니멀리스트의 정신적 근간이 못타이나이이다. 환경 보호와 지속가능성(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이 전 세계가 지향해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로 떠오르는 요즘 '못타이나이'는 새롭게 부각되는 단어가 아닐까.
일본인들은 절약과 효율에 집착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고급품에 대한 강한 동경을 가지고 있다. 제이타쿠 贅沢" (ぜいたく), 우리말로 사치에 가까운 이 단어는 평소와 다른 호사스러운 소비를 말한다. 평소에 못타이나이(절약)를 실천하는 일본인들이 간만에 제이타쿠(사치)에 지갑을 열 때는 평소의 소비 패턴과는 전혀 다른 큰 손으로 바뀐다.
얼마 전 소설가 무라카미 류가 오랫동안 진행하고 있는 <칸브리아 궁전>이란 프로에 미츠코시이세탄 백화점 그룹의 호소야(Hosoya Toshiyuki) 회장이 나왔다. 1673년 동경의 포목점으로 시작한 미츠코시 백화점은 얼마 전 최근 역대 최고의 매출을 기록하였다. 호소야 회장은 돈 많은 노인들의 테마 파크로 여겨지던 백화점에 바베큐 장을 설치하는 등의 파격적인 방법으로 젊은 고객들을 끌어들이고, 백화점을 방문하는 고객을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각별 고객에 맞는 구매 제안한 것이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었던 방법이었다 설명했다.
<규모(Mass)에서 개인(個)으로> 호소야 회장이 취임 후 미츠코시의 변화를 이끈 모토이다. 그는 고객 맞춤형 제안을 강조했다. 이전의 백화점이란 백가지 상품을 대량(mass)으로 모아 놓은 곳이다. 사람들이 점포 안에 전시된 제품을 보고 구매하는 구조였다고 한다면, 새로운 미츠코시 백화점의 방식은 사람들을 점포로 모으고 이들의 잠재적인 성향을 파악하여 이에 맞춘 제품을 제안하는 방식이다.
더 라운지(The Lounge). 마치 공항의 라운지처럼 백화점에 설치된 휴게 공간인 이곳은 연간 300만 엔 이상 구매하는 VIP 고객을 위한 장소이다. 이 안에는 휴게 공간 이외에도 별도의 개별룸이 설치되어 있는 데 이곳은 더 특별한, VVIP 고객을 위한 곳이다. 코디네이터는 VVIP 손님들이 원하는 혹은 가지고 싶어 할 제품들을 미리 추려 이곳에서 보여준다. 백화점을 돌아다니며 내가 좋아하는 물건을 찾는 대신, 이곳에 앉아 내가 좋아할 만한 것들을 한 번에 보고 쇼핑이 가능하다. 세계 6점밖에 없다는 1300만 엔짜리 시계도 이 안에서 거래된다.
미츠코시이세탄의 또 다른 고급화 전략은 MI카드이다. MI 카드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와 제휴한 멤버십 카드이다. 미츠코시는 MI 회원에게 일반적인 매장에서 구하기 힘든 희귀하고 고급스러운 제품들을 제안하고 회원들만 참여할 수 있는 별도의 행사를 열어 이 제품들을 우선 구매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 멤버들은 희귀 와인 혹은 위스키부터 예술가와 콜라보한 가구들까지 다양한 제품을 제안받는다.
(내가 본) 일본 사람들은 근검과 검소만큼이나 고급스러움과 화려함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고 또 동경한다. 극한의 효율 추구와 탐미주의가 동시에 존재한다. 이렇게 검소하게 사는 사람들이 어떻게 이런 사치스러운 제품들을 가지고 있을까 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잘 만들어진 제품에 대하여 그 쓰임(효율)을 넘어선 가치를 인정한다.
예술의 경지에 다다른 장인들의 제품들은 우리에게 가성비와 효용을 넘어선 경외감을 불러일으킨다. 허세의 도구로서의 사치를 넘어, 그 자체로 미적인 가치를 지닌다. 이를 소유한 사람의 격을 고양시키는 제품들이다. 이곳에 오면 눈이 호강하지요. 미츠코시 백화점을 찾은 손님의 말이다.
가끔 사치를 하자. 지르고 나면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무시무시한 사치가 아니더라도 가끔은 작지만 고급스러운 사치로 단조로운 삶에 후카시를 넣어보자. 고마운 이들에게 시원하게 쏘고 또 며칠 '못타이나이'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