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나의 하루

오늘 하루 (250716)

도깨비를 보며 짜파게티를 먹는 저녁

by 박종호

비가 오락가락한다. 덕분에 선선한 날씨다. 공유가 나왔던 <도깨비> 속에서 도깨비가 슬퍼하면 비가 내린다. 변덕스러운 날씨를 보니 공유가 술을 마셨나 보다. 아이들에게 오늘 저녁 무엇을 먹을까 물었다. 짜파게티와 볶음밥. 집에 돌아와 짜파게티 위에 올릴 계란 후라이부터 했다.


밥은 먹는 동안 <도깨비>를 보기로 했다. 아이들과 드라마를 보는 것은 즐겁다. 둘째가 콕 찝어 4화를 보자고 했다. 도깨비가 신부를 데리고 캐나다 퀘벡에 가는 이야기이다. 도깨비가 오래전 퀘벡에서 만난 어린아이가 할아버지가 되었다. 저승을 가기 전에 도깨비를 다시 만난다. 멋진 대사가 나온다.


오랜만이야.

하나도 안 늙으셨네요?

17번 문제 4번이라 했는데 2 그대로 썼더라.

아무리 풀어도 2개라고요. 답을 알아도 여전히요... 그래서 차마 못 적었어요...

그건... 제가 못 푸는 문제였거든요


아니 넌 아주 잘 풀었다

너의 삶은 너의 선택만이 정답이다


아... 그런 문제였구나


변호사 됐던데? 어려운 사람들도 많이 돕고.

그때 주신 샌드위치 갚고 싶어서요.... 그리고 전 다른 선택이 없었어요


계신 걸 알아버려서

보통 사랑은 기적의 순간들을 잊지 못하거든요


알지... 나는 수천의 사람들에게 샌드위치를 전한다

허나, 그대처럼 나아가는 이는 드물다


보통의 사랑은 그 기적의 순간에 멈춰서

한번 더 도와달라고 하지...

당신이 있는 걸 다 안다고, 마치 기적을 맡겨 놓은 것처럼...


그대의 삶은 그대 스스로 바꾼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그대의 삶을 항상 응원했다


나의 삶은 나의 선택만이 정답이다. 멋진 대사이다. 나는 나의 선택들이 정답이었는 가에 대하여 의심할 때가 많다. 정답은 그렇다 치고 정말 내가 생각한 바대로 선택하며 살았는지. 나는 신이 베푼 선의를 받고 나아가는 이로 살고 있는지.


이른 아침 계동길의 무인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오만과 편견>을 읽었다. 한참 시간이 지나자 학교에 가는 아이들이 지나기 시작했다. 이른 아침에 학교를 가는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걸을까. 나도 아주 일찍 학교에 갔다. 운동장 스탠드에 앉아 공상을 하며 시간을 보내다 교실로 들어갔다.


점심 깨는 친구와 친구의 지인인 변호사 형님과 식사를 했다. 해물찌개 뚝배기와 각종 반찬이 곁들여 나오는 <다찌한판>의 점심은 항상 만족스럽다. 맛집에 밝은 형님을 모시고 <귀천>을 갔다. 천상병 시인의 부인이 운영했던 찻집이다. 우리 집과 지척인데 오래전부터 알던 집을 오늘에야 갔다. 매실차 둘, 대추차 하나.


종일 비가 오락가락하였지만 나는 나름 즐겁게 하루를 보냈다.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오늘도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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