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친구들이 모였다.
아주 오랜만에 체육관에 갔다. 아주 오랜만에 트랙을 뛰었다. 사우나를 하고 나왔는 데 부산에 가있어야 할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부산에서 근무하는 친구의 회사는 얼마 전 서울 지사의 사무실을 이사했다. 알고 보니 우리 회사와 지척에 있는 건물이다. 비가 너무 와 내려가지 못하고 지사로 출근을 했단다.
내친김에 연대에서 벤처기업을 운영하는 친구를 불러 갑작스러운 점심 모임을 가졌다. 한때 <민박이박>으로 스스로를 부르던 네 친구들이다. 이가 친구는 오늘 다른 일정이 있다고 참석하지 못했지만 이렇게 셋이 모인 것도 오랜만이다.
<다찌한판>은 통영의 다찌 문화를 재현한 가게이다. 다찌는 다찌노미(서서 마시다)에서 왔다. 선술집이란 뜻이다. 주인장이 그날그날 신선한 재료로 안주상을 차린다. 우리의 <다찌한판>도 그러하다. 주인장은 실패를 듣고 일어난 역전의 주인공이다. 원래 해산물을 유통하던 분이라 매일 다양한 재료로 감탄을 자아낸다.
나는 친구들을 위한 점심 상으로 <다찌한판>을 추천했다. <다찌한판>의 점심 메뉴로 말하자면 인당 하나씩 뚝배기로 하나씩 나오는 섭국과 가운 데 상을 가득 메우는 반찬으로 마치 어느 어촌의 인심 좋은 가게에서 밥을 먹는 기분이 든다. 마침 아이들과 아내가 회사에 놀러 와 친구들과 식사를 함께 했다. 십수 년 만이다.
이 시대를 사는 우리의 기억 디지털 사진으로 박제되어 핸드폰 안에 남는다. 가족들끼리 마지막 만났던 사진 속에 두 딸들은 아주 작은 꼬마들이다. 아이들은 훌쩍 커서 이제 어른이 다 되었다.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보며 하나도 안 변했다며 놀란다. 그럴 리가 있겠는가 그저 생각보다 덜 늙었다며 시간을 위로하는 말이지.
식사를 하고 경인미술관으로 갔다. 전통 찻집의 마루에 앉아 비 내리는 정원을 보며 수다를 떨었다. 이 찻집은 내가 대학교 때부터 자주 다녔다. 그때보다는 지금 더 현대적이고 세련되게 발전했지만 여전히 구석구석 추억의 자리들이 남아있다. 사람도 자리도 잊힌 듯하여도 우연히 마주치면 추억들이 줄줄이 소환된다.
자주 못 보고 소원했던 친구들이 갑작스럽게 모였다. 오랜 친구란 언제 보아도 좋다. 아이들이 한 살 더 먹기 전에 다 함께 모이자고 했다. <민박이박>이 마지막으로 가족들을 동반하여 모였을 때, 우리는 아직 서른 중반이었다. 시간은 흐르고 아이들은 컸다. 슬슬 한 차례 더 모여 우리의 시간을 사진으로 박제할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