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나의 하루

오늘 하루 (250719)

불필요한 것들을 버리기

by 박종호

몇 년 전 아내가 일본에서 유행하는 책의 한국어 번역본을 선물해 주었다. 카렌 킹스턴의 <아무것도 못 버리는 사람>(2001, 도솔)이다. 저자는 영국 출신의 풍수전문가이다. 비우고 정리해야 운이 좋아진다는 내용이다. 나 또한 그녀의 책에 크게 동감하지만 버리지 못하고 정리가 서툰 나는 수시로 아내에게 잔소리를 듣는다.


토요일이지만 긴 시간의 사무실을 정리했다. 사무실에 잠시 들른 아내가 "사무실에 물건들이 너무 많네"라고 한마디 하였기 때문이다. 나도 사무실이 쓸데없는 물건들로 가득 차고 있다고 생각하던 차에 아내의 한 마디를 들으니 이번 기회에 아주 싹 비워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오래된 샘플과 서류, 잡동사니들을 끄집어내었다. 불필요한 것들을 꺼내니 바닥에 서류, 리플릿과 별별 잡동사니들이 산처럼 쌓였다. 나는 전시장을 가면 당장에 필요가 없어도 참고가 될만한 자료들을 가득 들고 돌아오고 참신한 디자인의 제품은 우선 사서 모은다. 그렇게 수년간 쌓인 자료와 샘플들이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선반 속과 서랍에서는 마술 주머니처럼 끊임없이 물건들이 나왔다. 오려 놓은 신문 기사들, 다른 회사의 소개 자료, 오래된 마케팅 자료 등등. 언젠가는 보려니 하고 쌓아 두었던 것들이다. 문제는 지금까지 보지 않던 이 자료들을 보며 다시 언젠가는 참고가 되려니 하며 다시 제자리에 놓아두고 싶은 마음이다.


아내는 물건을 가지고 있는 데 명확한 기준이 있다. 최근 1년 간 사용하지 않은 물건과 입지 않은 옷은 과감하게 버린다. 나는 아내가 버리려 내놓은 나의 오래된 티셔츠들을 몇 번이고 다시 옷장에 넣어 두었지만, 결국에는 아내의 판단이 옳았음을 인정했다. 나는 버리는 역할을 아내에게 일임하였다. 따지거나 후회하지 않기로.


일본에 계신 장모님은 십 수년 전에 집 안의 물건들을 대거 처분하셨다. 과감한 미니멀리즘의 실천이셨는 데 이후에도 새로운 물건을 들이시는 것을 꺼리고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은 버린다. 음식도 쌓아 놓지 않고 조금씩만 해 드시는 데, 좋아하는 음식을 가득 재어놓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장인댁에 가면 휑한 냉장고에 놀란다.


몇 해전 넷플릭스에서 미국에 사는 곤마리의 집정리 프로그램*이 크게 유행했다. 그녀의 정리는 의뢰인의 주거 환경뿐 아니라 정신 건강에 큰 도움을 주었다. 최근에 이사할 집을 보러 다녔는 데 집을 보여주신 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심하게 어질러진 집을 보면 그 사람의 정신상태까지 의심하게 된다. 진짜 그런 집이 있었다.


사무실 정리를 하며 비워져 가는 선반과 서랍을 보면서 마음 한편이 평화로워졌다. 나의 마음도 이렇게 묵은 감정들과 미련, 덧없는 욕심들을 깔끔하게 비우고 새롭게 시작하여야겠다. 미니멀리즘을 실천하자. 조금 더 가벼운 사람, 조금 더 바지런한 사람이 되자고 다짐한다.


*Tidying Up with Marie Kondo (Netflix, 2019년)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오늘 하루 (25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