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나의 하루

오늘 하루 (250727)

집사가 되자.

by 박종호

산에 간 친구가 사진을 보내왔다. 또 한 친구는 해수욕장에 있다. 나는 빵집에서 빵을 먹으며 지방에 가있는 친구들을 부러워했다. 나는 매번 충동적으로 여행을 간다. 주말이면 아침부터 어디론가 가서 하루 종일 무언가를 하고 돌아온다. 그래야 좀 직성이 풀린다. 하지만 이도 나 혼자 서울에 살 던 때의 이야기이다.


올 여름부터 서울에서 두 딸과 아내와 함께 살게 되었다. 아내는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하고 아이들은 가고 싶은 곳이 다르니 내 마음대로 스케줄을 만들고 끌고 다닐 수 없는 처지이다. 주말 아침이면 일찍 일어나라고 재촉도 해보고 어디에 가자고 우겨도 보지만 대부분 특별한 일 없이 서울에서 오가며 주말을 보냈다.


아내는 주말에는 가만히 쉬는 것이 좋다라고 말한다. 생각해 보니 나는 가만히 쉬는 법이 없었다. 쉬는 날도 집에서 일찍 나와 산에 가거나 사무실을 가고 그렇지 않으면 기차를 타고 어디론가 떠났다. 아내와 나의 사이에 주말이면 긴장감이 감도는 이유이다. 성격에 따라 쉬는 방법도 다르다.


이번 주말도 우리 가족은 여행도 가지 않고 특별한 행사 없이 주변을 오가다가 집에 들어와 넷플릭스를 보았다. 주말을 이렇게 보내는 것이 아깝다고 생각하고 있었는 데, 문득 그저 함께 있어서 행복한 것이구나 라고 느꼈다. 함께 있어 행복하다면 굳이 어디를 가자고 고집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


가정의 화목은 자기주장이 희미하고 씀씀이가 좋은 가장으로부터 시작한다. 어차피 그럴 수 없을 일이라면, 내가 하고 싶은 데로 억지로 식구들을 끌고 가기보다는 그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최선의 답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는 딸 둘을 둔 아빠이다.


그래서 오늘 나는 결심하였다. 아내와 두 딸의 집사로 살자. 집을 가장 편안한 휴식처로 만들고 되고 스스로 가장 편리한 조력자가 되기 위해, 그들을 위해서 한 발 먼저 생각하고 더 부지런히 움직이자. 쉬운 일이 아니다. 훌륭한 집사는 철저한 자기 관리와 다양한 능력이 필요하다. 일본 드라마 <가정부 미타>가 떠올랐다.


내 가족을 살피는 일이란 작지만 가장 큰 일이다. 그들의 안색을 살피고 한치의 소홀함이 없는 집사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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