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비행기 - the money talks
가격에 따라 서비스에 현격한 차이를 볼 수 있는 곳은 호텔과 비행기이다. 호텔은 위치와 등급에 따라 하룻밤에 숙박 요금이 서너 배에서 수 십 배의 차이가 나기도 한다. 비행기는 같은 편을 타도 일반석과 비지니스, 일등석이 각각 서너 배의 차이가 난다.
몇 시간 편하게 보내자고 혹은 좋은 위치에서 묵으려 수백만 원의 돈을 쓰느냐고 말하지만 막상 그 차이를 느껴보면 왜 사람들이 그 돈을 내며 더 높은 등급의 서비스를 이용하는지 알 수 있다. 각 등급에서 느끼는 편의와 수준의 차이는 가격 차이만큼 현격하다.
만족감이란 불만의 다른 표현이다. 기준이 높을수록 만족을 느끼기 어려워진다. 평소에 수세식 변소를 쓰던 사람은 어느 시골의 '푸세식' 변소를 사용하는 데 매우 큰 불만을 느낄 테지만 줄곧 그렇게 살아온 사람에게는 괜한 트집을 잡을 데 없는 편안한 해우소이다.
개인의 만족과 불만족은 각자의 경험에 따라 다르지만 그렇다고 모든 차이를 다양성이라고 생각하여도 곤란하다. 기술은 현존하는 불편들을 개선하며 더 편리하고 만족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서로 다른 경험의 차이는 많은 경우에 발전과 미발전, 낮은 등급과 높은 등급, 싸고 비싼 경험으로 나뉠 수 있다.
걸어서 하는 여행, 자전거 여행, 자동차, 기차, 비행기 여행은 각각의 여행이 주는 경험이 다르고 개개인의 선호도도 다를 수 있지만 이동의 속도라는 면에서는 정확하게 순위를 매길 수 있다. 같은 이동 수단에도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갈수록 더 고급스럽게 안전하게 더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저가 항공인 <Air Asia>는 입국 심사와 출국 심사, 비행기에 탑승하는 때, 맡긴 짐이 나오는 순서까지 <Fast track>이 있다. 비행기 안의 좌석도 조용한 자리, 앞 공간이 조금 더 넓은 자리, 누워서 갈 수 있는 자리까지 가격 별로 차이를 둔다. 모두 돈으로 불편과 만족의 등급을 나누어 놓았다.
나는 <Fast track>의 덕분에 빠르게 짐을 찾고 빠르게 공항을 나올 수 있었다. 귀국편의 밤 비행기에서는 조금 더 공간이 넓고 앞이 벽으로 막혀 있는 좌석에 앉았다. 확실히 돈을 쓸 만큼 만족스럽고 돈을 안 쓴 만큼 불편함이 남았다. 예민한 나는 선잠을 자다가도 옆 사람이 아주 조금만 부스럭거려도 눈을 떴다.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인천 공항에 도착했다. 나의 좌석 앞 벽을 지나면 누워서 갈 수 있는 <flat seat> 구역이었기 때문에 비행기를 내리며 내 앞에 선 사람들의 잘 자고 일어난 상쾌한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아직 출장 비행기에 넉넉한 예산을 쓰지 못하는 회사의 사정이 아쉬웠다.
호텔도 비행기도 편의와 격을 따지며 Grade란 표현을 쓴다. 품질에 대한 이야기 같지만 사실 모두 돈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래서 Up-grade란 돈을 더 쓰는 사람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뜻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불편함을 해소한다. 돈이 다냐? 고 따지면서도 모두 돈을 벌려 애쓰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