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수 버킷리스트, 다시 학생을 꿈꾸다.

#001. 두번째 아홉수 버킷리스트

by 안유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시를 쓰고, 노래가사를 쓰고,

그냥 무언가 끄적이는 게 좋았다.


어느날의 바닷가


하지만.. 그보다 먼저 돈이 벌고 싶었다.

넉넉하지 못한 가정임을 진작에 알았기에

목돈이 필요할 때마다 입이 떨어지지 않는

너무 일찍 철이 든 착한 아이였다.

이제와 생각해 보면

굳이 그럴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고입 전 인문계를 가려던 나는

뭐에 홀린 듯 고등학교 디자인과를 선택했고

나와 맞지 않는 과를 선택한 탓으로

어느 순간 세상에서

공부가 제일 싫은 아이가 되어 있었다.

당연하게 성적도 좋을 리 없었고.

공부보다 친구와 방송반활동이 좋았고

학창 시절 방학은 알바를 해 등록금을 벌었.

한해 늦게 겨우 입학한 전문대

졸업도 하기 전 취업을 했고

아주 잠깐 편입을 고민했지만

그보다 먼저 그저 돈이 벌고 싶었다.

부자가 되고 싶은 게 아니라 그냥 돈이 벌고 싶었다.

결국은 맞지 않다 생각했던 디자인으로

일생을 먹고사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일중독자로 살던

20대 아홉수의 어느 날,

30대를 이대로 맞이할 순 없단 생각에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

무작정 카페를 찾아 드럼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제와 남은 건 드럼실력보단

그곳에서 만난 좋은 인연뿐이긴 하지만

20대 끝과 30대의 시작을

아주 나이스하게 마무리하고 시작할 수 있었다.


어느새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렇게 40대를 살아가는 동안까지도

나는 나의 학력을 가슴 한편에

오랜 콤플렉스로 담고 살게 되었다.


농구를 좋아하는 열정적인 남편

30대 초반에 만난 남편은

매우 진취적이고 행동적인 사람이다.

항상 움직이고 무언가를 시도하고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


매사 천천히 길게 생각하며 움직이는 나는

빠른 그의 걸음을 너무 벅차하면서도

결국 함께 따라가는 삶을 살게 되더라.

덕분에 나도 자격증 다보유의 사람이 되었지.


그렇게 40대의 마지막을 시작하는

2025년의 시작 달,

난 다시 아홉수 버킷리스트가 떠올랐고

할 줄 아는 거라곤 그저 하던 것뿐이니

취업과 상관없이 공부를 좀 해볼까 하는

강력한 마음의 울림이 일기 시작했다.


여보 나, 공부할까?

방통대 편입하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해?

오! 우리 안짱!! 기특해!!

난 완전완전 환영! 당장 원서접수하자!!


남편의 빠른 추진에

생각할 겨를도 없이 추가원서를 접수

그렇게 반백살의 나는,

방통대 미디어영상학과 3학년에

편입 원서를 접수하고

두 번째 아홉수 버킷리스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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