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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아 Aug 27. 2018

관광객 지갑은 이렇게 연다

어떻게 써야 아깝지 않을까

혼자 여행의 장점은

자기 자신을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좋든, 싫든.

아주 끈질기게.



여행 경비를 넉넉히 들고간 편이 아니라

소비를 아주 최소한만,

정말 필수적인것만

구매하기로 결심하고 떠난 여행이었다.



나는 평소에는 잘 아끼다가

가끔 충동구매를 하는 경향이 있다.

평소에 식단관리를 잘 하다가


갑자기 폭식하는 습관하고 맞닿아있는 것처럼.

스트레스 관리도 그렇고.

감정 표출도 그렇고

스케줄도 그렇고

한번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이

고삐를 풀어버리는데.


무튼 그럴때 스스로에게 일어나는 

감정의 동요가 뭐가 있는지 잘 살피고

적절한 대응을 하는게 중요한듯

(적절한 대응이라는게 바로 지름쇼핑, 폭식, 광광 울기라면 어쩔테요...

애초에 합리적인 스트레스 해소법이라는게 있단말인가 아시는분 공유좀)



이같은 일탈 습관은 

오늘의 논의 주제가 아니므로.


언제, 어떤 물건을 발견했을 때

구매욕이 상승하는지 살펴보기로 했다.


뭔가 '특별하다고 여겨지는 것'을 보면

사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 사람들의 기본 구매심리.


관광지에는 방황하는 관광객의 지갑을 노리는 수없이 많은 가게들이 있다.

어떤 특이점이

그들에게 "내 돈좀 가져가줘. 제발 부탁이야"를

외치게 만드는걸까?


순식간에 이성을 마비해 

머니를 싹슬이해가는

'그곳'만의 '그것'의 특징을 찾아본다.


1. '그곳'의 '그' 디저트


에그타르트

마카롱

초콜릿

젤라또

크루아상


여행의 즐거움은 먹는게 반 이상.

유명 여행지마다 그곳을 대표하는 음식이 있다.

세계적인 유행지라면 디저트류인 경우가 많은것 같다.


디저트는 남녀노소, 누구나 호불호 없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음식.


뭐든 달콤해야 팔린다.

음식도, 문화도, 사랑도.


아니지, 순서가 바뀌었나?

달아서 필수적인게 아니라

필수적인것들은 모두 달콤한 성질을 갖는거였나


*중심 광장가 골목 뒤편에 있던 수제 초콜릿 가게.

화분모양의 초콜릿이 특이했다.

마카롱은 더할나위 없었지.


단맛에는 정말이지 호불호가 없다.

이쯤되면 포르투갈=에그타르트

포르투칼 스벅에서도 파는 에그타르트

유럽 젤라또 가게 망했다는 곳 봤어요?

아이스크림 안먹는 어른은 있어도

아이는 없다.

중요한건 우리 모두 한번쯤 아이었다는 사실.




2. '그곳'만의 '무드'가 담긴 굿즈


포르토를 대표하는 시장이라는 

'도둑시장(볼량시장)'.


1년 365일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곳이다.

빈티지한 노상가게들이

포르토의 자연경관과 어우러지면서

시장에서 낼 수 있는 최대의 힙한 분위기를 끌어내는 곳.


도시의 특색을 그대로 담은 포르토 전통시장 '볼량시장'

이렇게 무심하게 아무렇게 있는 전통시장에서

정성들여 고른 물건을 구입하는 재미를 관광객들에게 안겨주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갔을땐 아쉽게도 

시장이 공사중.

쇼핑센터 지하에 임시 시장이 열린 상태였다.


실내로 들어가니 노천시장이라는 활기와 매력이 사그라든 느낌이었달까.

조금 심심한 느낌의 볼량시장.

기대하던 비주얼이 아니라 실망중.

지하 이마트같자나...

이케아 푸드 느낌
아이들이 신나게 뛰돌던 체스판 놀이터


이곳에선 신선한 과일이 가장 인기가 좋았다.

성별을 따지자면 여성의 비율이,

국가는 유럽쪽,

연령층은 나이 많은 연령대가 과일을 많이 사갔다.


물건을 팔때 햇빛+바람+공기, 

그리고 건축물이 주는 감성을 간과해선 안된다는 것.

즉 공간이 영업력에 절댓값을 부여한다는 의미다.


과일과게는 유럽에서 많다.

조그만 구멍가게같은 곳에서도 

과일은 기본적으로 판매한다.


도둑시장의 과일가게 차별점을 꼽자면

워낙 유명한 곳이다보니 사람이 많이 붐비고,

붐비다보니 보기에 좋은 과일을 가져다놓는다는 점,

그러다보니 회전율이 빠르다는 점이 아닐까?

새콤달콤 영양가 가득한 과일을 거부할 수 있는 이들이 있을까?
여행지에서 과일을 열심히 사먹는 사람들

과일 싫어하는 사람은 아마 없겠지?

한국에 돌아와서 보니 이곳 과일의 가격이 정말 저렴했구나 싶다.

여기서는 사과나 바나나, 복숭아같은 것을 한봉지에 맘껏 담아도 1만원이 안넘었었는데...


한국은 무슨 포도 한 송이에 

만원 넘고그래요...

살벌하자나

다양한 종류와 크기의 토마토.

토마토 빛깔이 먹음직스러웠다.

분명 내가 아는 과일인데 이곳에선 다른 모양새를 띄는걸 구경하는 것도 흥미진진했다.

아보카도도 마찬가지!

페루산 아보카도에 또 한번 감탄했다.

크기, 식감, 당도

미국이나 뉴질랜드산을 압도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다음 여행지는 페루.

아보카도 사냥하러 갑니다. 저.

페루산 100% 카카오 초콜렛. 강렬한 포스.

안주류로 많이 찾는 견과류도 판다.

견과류도 마찬가지지만 잼도 그렇고, 정어리통조림도 그렇고 딱 한가게씩밖에 없었다.


이곳 상인들이 모두 미니멀리스트인건가...

똑같은 품목으로 경쟁하지 않겠다는 신조인건가...

냉동 새우튀김, 해산물 꼬치 등등

냉동고에 즐비해있었다.


"직접 만드셨나요?"

영어로 물어봤지만

쏼라쏼라 포루투어로 되돌아왔다.


물론 알아듣지 못했다.

이곳분들은 영어를 잘 못하신다.

내가 포르투갈어를 못하기도 한다.


현금으로만 결제해야하는 곳도 있는데

손을 써서 가격을 소통해야한다.

소금에 절인 올리브를 파는 곳.

아마 칵테일이나 와인에 곁들여먹는 

용도일것이다.

종류가 다 다르다는 것에 새삼 놀라고.

포르투는 올리브 품질이 좋기로 소문난 곳.

와인을 먹을수밖에 없다 정말루.

패키징 디자인 보는 재미가 쏠쏠한 정어리 통조림

쿨하다 쿨해.

저렇게 엄청 많은 시식품을 올려놓고 

앞에 서 있는 이가 한명도 없었다.

유럽쪽 소설을 읽다보면 

'정어리 통조림으로 끼니를 떼웠다'는 문장이 종종 있던데.

이렇게 알록달록하게 차려 먹었다는거지?

참치통조림과는 또 다르달까.


소금에 절이고 말린 생선. 우리나라도 생선을 이렇게는 안먹는데. 특이해

꼬릿꼬릿한 냄새가 나는 곳.

말린 생선을 어디다 쓰는걸까?

햄, 소시지, 치즈 많이먹는 유러피안.

포르토 이곳은 비중으로 치면 해산물>>육류 였다.

포르투만의 감성이 담긴 수공예품. 코르크 제품 또한 유명하다.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안고있는 유럽.

아기옷을 판매하는 곳이 많지 않았다.

재밌었던건 아이 옷 판매 매장 맞은편에는 

반려식물, 반려동물 용품을 판매하는 매장이 들어서 있었다는 것.


우리나라도 점점 이같은 시장이 커지고 있는걸 매일 체감한다.


다른 사람들은 무엇을 사고싶어 이곳에 온걸까?

시장 볼거리는 역시

뭐니뭐니 해도

사람구경

누가누가 뭘사나

자꾸만 관찰하게 되는 곳



3. '거기' 과일로 만든 잼, 와인

너무 고요하게

너무 조용하게 한쪽 구석에 자리하고 있어서

아무리 베테랑이라해도 이 잼의 위력을 알기란 쉽지 않다.


호박잼부터 해서 복숭아잼, 호두잼

잼 내공만렙의 아주머니께서 판매하시는 잼가게는

알고보니 포루투 볼량시장의 명물이었다!

가장 조그만 잼 가격이 4~5000원정도 하는것으로 보아 저렴하지만은 않지만

그 어디서도 쉽게 맛볼 수 없는 잼인것만은 분명했다.


4개 구입했는데

집에서 가장 반응이 좋았던 아이템.

더 사오지 그랬냐며.

포트 와인이야 두말하면 입이 아프지요?

술 잘 모르는 내게도 달고 진한 맛.

한국에서는 구하기 힘든 포트 와인.


4. 비건은 취약하다

지구상에서 비건이란 아마 가장 취약한 생물체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가게 앞 '베지테리안', '글루텐프리'라는 문구만 발견해도

심장이 벌렁벌렁해 발길을 멈춘다.


이들은 고기를 못먹는 대신 

세상의 비건제품을 모두 경험해보겠다는 

소박하고도 강렬한 열망이 있는 자들이다.


진열대 앞에 서서 간절한 마음으로 가게 주인을 기다리는 눈빛.

그 눈빛을 지닌채 옆 손님과 마주친다면

'역시 너도..그동안 힘들었지...뭐먹고 지냈니..쓱'

하는 동변상련의 기운을 북돋아주도록 하자.


가격이 터무니없게 비싸지 않아 좋았다.

빵하나에 1500원~2500원정도.

비건빵에도 종류가 많은데

달지 않고 식사대체 가능한 빵류가 있어서 더 눈길이 갔다.


왼쪽부터 토마토소스의 피자빵(물론 고기나 햄은 없다),

왼쪽 두번째부터는 빵이라기보단

으깬 병아리콩을 옥수수와 커리파우더, 각종 채소, 두부 등으로 뭉쳐내 만든 주먹밥에 가까웠다.

중동 음식 중 팔라펠과 같은건데 튀기지 않고 구워서 더 취향저격...

처음보는 비주얼에 다 구매해봤다!

외쳐 테잌 마 머니!!!!


샐러드도 매장에서 먹을 수 있도록 판매하고 있었다.

스프도 있었구.

사실 비건들은 스프에 환장한다.

풀떼기만 먹는 그들은

따뜻한 식품을 먹을 수 있는게 많지 않기때문.

(정말 열심히 최선을 다해 피곤하게 살지요?)

단호박 타르트까지 구매 성공

팔라펠 좋아한다 정말류...

카레향이 강하게 났는데

짜지 않고

아삭아삭한 식감에

보들보들한 맛까지

ㅠ.ㅠ

타르트도 대성공이었찌.

딱 코코넛 파우더만큼의 단맛만 느껴지던.

국내 도입 시급해

이렇게 취향을 정확하게 저격하는 유일무이한 아이템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딱 떨어지는 이상형을 만난 기분.

시간도, 돈도 아깝지 않다.

결론을 내리자면

내공을 갖춘 마이너한 니치마켓은 

롱래스팅할수밖에 없다.


나의 취향을 정확히 안다는 것은

소비할 수 있는 한정된 돈을

정확한 곳에 쓰고,

그렇게 하면서 돈을 아낄 수 있는 의미기도 하다.


취향을 충족시켜 소비하면 아무리 써도 후회가 없거든요.

부자되세요...


아무래도 다음 여행 모토는 비건트립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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